미 NIH 연구진, '피부와 소장' 사이 신호전달 메커니즘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음식물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리면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심한 가려움증이 생긴다. 그래서 피부를 긁는 환자가 많은데 특히 어린이가 심하다.
이렇게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피부를 긁으면 음식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뜻밖에도 소장의 비만 세포(mast cells)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새롭게 드러났다. 비만 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면역세포다.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웬디 데이비드슨 박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피부에 작은 테이프 조각을 붙였다 떼는 방법으로 피부를 긁는 것과 비슷한 조건을 연출했다.
그랬더니 일부 피부 세포에서 IL-33라는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이 형성돼, 혈류를 타고 소장(small intestine)으로 이동하는 게 관찰됐다.
이어 IL-33는 소장의 내벽 세포에서 분비되는 IL-25 단백질과 협응해 '2형 선천성 림프 세포(ILC2s)'를 활성 상태로 바꿨다. ILC2s는, 폐에 염증이 생겨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천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활성화된 ILC2s는 다시 IL-13와 IL-14 단백질을 생성했고, 이들 단백질이 소장 내 비만 세포의 증식과 활성화를 유도했다.
비만 세포가 늘어나면 소장 내벽의 투과성이 높아져,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 인체 조직에 파고들기가 더 쉬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테이프를 붙였다 제거한 생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생쥐보다 음식물 알레르기 항원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네 어린이의 소장 조직을 검사해, 이들 어린이의 소장에 정상 아동보다 많은 비만 세포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일단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을 완화하면, 심한 음식물 알레르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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