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관사(官舍)시대'…핫플레이스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변신

입력 2019-04-25 08:31  

'저무는 관사(官舍)시대'…핫플레이스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변신
부산시장 호화 관사 논란, 1천만원 집기 사들이고 공원 입장 막아
대다수 광역지자체, 도서관·어린이집 등 문화공간으로 완전 개방


(전국종합=연합뉴스) 부산시가 단체장의 호화 관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타 광역자치 단체장 관사는 다양한 용도로 일반에 개방돼 대조를 보인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요즘 시대에 관사를 두는 것은 권위주의 상징이라고 지적하며 일반에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시립미술관에 있어야 할 작품이 관사에'
부산경실련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오거돈 부산시장은 권위주의 산물인 호화 관사를 시민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시장 관사는 군사독재 시절에 지어진 것으로 '남쪽의 청와대'로 불린다.
앞에는 광안대교가 뒤로는 황령산·금련산이 놓인 '배산임해'에 위치한데다 부지도 1만7천975㎡(관사 204.6㎡, 행사장 679.8㎡)에 달한다.
부산경실련에 따르면 시는 오 시장이 관사에 입주한 이후 턴테이블 및 튜너 179만원, 앰프 및 스피커 867만9천원 등 집기류를 들이는 데에 1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또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작품 10점을 관사로 대여시키고 주말에는 관사를 둘러싼 공원까지 시민 입장을 막고 있다.
애초에 시는 시장 관사를 외교 용도로 활용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9월 '재부 외국공관장 초청 간담회'를 제외하고는 관련 행사 개최 실적이 전무하다.
게다가 시는 지난해 12월 7일 행안부가 고시한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따른 관사 운영현황 공개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부산경실련은 지적한다.
반면 다른 광역지자체는 관사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로 개방하고 있어 부산시와 대조를 보인다.

◇ 저무는 '관사 시대'…핫플레이스 문화공간으로 변신
근대문화유산(등록 제353호)인 옛 충북지사 관사는 2010년 7월 일반에 개방됐다. 2년 뒤인 2012년 충북문화관으로 바뀌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39년 건립됐다. 건물 3채와 정원 등(부지 9천500여㎡)을 갖추고 있다.
구관(舊館)은 충북 출신 문인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상설전과 기획전 등이 열리는 문화갤러리로, 신관은 북카페와 세미나실, 미팅룸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옛 제주지사 공관은 2016년 어린이도서관 '꿈바당'으로 탈바꿈했다.
도는 2016년 옛 지사 공관 부지 1만5천25㎡에 있는 본관(1천25㎡)과 관리실(224㎡)을 어린이도서관으로 꾸몄다.
제주교육감 관사도 같은 해인 2016년 청소년 일린 문화공간인 '놀래올래'로 변신했다.
놀래올래는 휴식공간, 상담실, 소그룹 회의실, 작은 도서관 등으로 구성됐으며 작은 도서관에는 도서 800여 권이 비치돼 독서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중구 송학동 한옥주택이 인천시장 관사로 1966년부터 1999년까지 사용됐지만, 최기선 당시 시장이 권위주의 타파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폐쇄했다.
이 한옥주택은 리모델링을 거쳐 2001년 10월부터 인천시 역사자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역사를 집적하는 시사(市史)편찬위원회도 이곳에 있다.
시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이 한옥주택을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단체장 '에헴' 하던 자리에 어린이 웃음소리 가득
울산시장 관사는 1980년에 부지 1천696㎡, 건물 연면적 259㎡,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나 울산에 사는 시장에게 관사는 필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1996년 3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울산시는 이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에 선정돼 올해 11월에 이 어린이집을 허물고 15층 건물을 새로 짓는다.
이 건물 1층은 어린이집, 2∼3층은 공영주차장, 4∼5층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주차장, 6∼15층은 행복주택으로 구성된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충남도지사 관사는 양승조 지사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혀 어린이집이 됐다.
9개월 리모델링 공사 끝에 최근 전국 최초 24시간 어린이집인 '충남 아이키움뜰'이 문을 연 것이다.
이곳은 2천150㎡ 부지에 건축물 4개동, 연면적 340.8㎡ 규모로 보육시설과 함께 장난감·도서 대여실, 이동식 놀이교실 등을 갖췄다.
부모가 야근하거나 병원에 가는 등 긴급한 이유로 아이를 맡겨야 할 때 맞춤형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대전시장 관사는 2003년 4월부터 0∼3세 영아 전담 시립어린이집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염홍철 당시 시장 공약인 '관사 복지시설화'에 따른 것이다.
정원 90명인 이 어린이집에는 현재 86명이 다니고 있다.
시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과 협약을 맺고 어린이집 부지 안에 0세 전용 어린이집(정원 30명)을 짓기로 하고 설계 중이다.

◇ "업무 효율성도 중요…관사는 필요하다"
경남도지사 관사는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경남경찰청장 관사를 헐고 신축한 건물로 현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이 관사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도지사 시절인 2015년 말 경남경찰청 청사 확장 등을 위해 국유 재산과 도 재산을 맞바꾸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이 관사는 부지 5천199㎡에 지상 2층, 건축면적 204㎡ 규모다.
1층에는 손님이 이용하는 게스트룸과 주방 등이 있고 2층에는 도지사 집무실과 거실, 침실 등을 갖췄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민선 7기 취임 이후 도청 옆에 있는 대외통상교류관 내 게스트하우스를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대외통상교류관 전체 면적의 20%(174.6㎡) 정도로 방 2개와 거실, 주방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운영비는 이 지사가 부담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지사가 옛 도지사 공관인 '굿모닝하우스(수원시 팔달구 화서동)'를 공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며 재사용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공사비는 5천만원에 지상 2층 1천127㎡의 연면적으로 이뤄졌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굿모닝하우스를 근린생활시설(숙박)에서 주택(공관)으로 용도 변경했다.
강원도는 도지사 관사를 단독주택(414㎡) 형식으로 유지하고 있고 전북도지사도 전주 한옥마을지구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양옥집(1971년 건축)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산경실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대부분은 관사가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라는 시민 인식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반영하고 있는데 부산시는 시민이 누려야 할 공공재인 관사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거문제로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과 빈곤층을 생각한다면, 대구시도 관사 폐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관사 제도는 구시대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홍창진 김경태 심규석 장영은 황봉규 강종구 정윤덕 임보연 여운창 최영수 임보연 고성식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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