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이 연예계에서 은퇴가 아닌 퇴출을 당한다. 그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24일 박 씨와 신뢰 관계가 깨졌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날 검·경찰이 박 씨의 다리털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 내용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박씨가 지난 10일 긴급기자회견까지 열어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과학수사 앞에서는 그의 '눈물 연기'가 통하지 않았다. 박 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구속 여부는 26일 영장심사에서 결정되지만 국과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소속사의 조치는 적절해 보인다.
박 씨는 2003∼2009년까지 세계적 인기를 누린 동방신기 멤버 출신이다. 동방신기가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문제로 다투던 2010년 같은 멤버 김재중, 김준수와 함께 'JYJ'를 만들어 2010년부터 활동하면서 인기와 명성을 유지했다. 마약 혐의와 관련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지금도 중국, 일본 등 해외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박 씨 등의 일탈이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으로 다시 뜨는 K팝 등 한류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미 '버닝썬 게이트'를 다루면서 각종 스캔들의 주역으로 등장한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 가수 정준영, FT 아일랜드의 최종훈 등의 성 추문, 마약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바 있다. 이들 외신은 한국 스타들의 일탈과 추문이 BTS의 활약 등으로 세계적 인기를 끄는 K팝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통으로 내다본다. 아직도 동방신기의 박유천을 기억하는 해외 팬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박 씨의 몸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2000년대 초반 16세 소녀 보아가 일본 가요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이래 지난 20년 간 K팝은 한류의 대명사, 대한민국의 빅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말춤'으로 뒤흔들었고,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빅뱅 등이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기 시작했다. BTS가 '비틀스 이후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외신의 평가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부 연예인의 일탈과 탈선이 이런 K팝에 타격을 준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류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연예인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연예기획사들도 노래꾼이나 춤꾼만 키워내는 스타 육성 시스템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가르쳐야 한다. 스타들이 성 추문, 마약, 도박 등에 연루된다면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연예계가 이번 박유천 사건을 반성과 자정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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