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실내체육관서 일부 주민 거칠게 항의…"산자부·지질자원연구원 등 사과해야"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지진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2017년 포항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 발표 후 장관이 방문한 것은 지난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진 장관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과 함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 현장을 방문해 정상모 11·15포항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장으로부터 발전소 현황을 청취했다.
지열발전소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을 촉발했다고 정부연구조사단이 지목한 곳이다.
진 장관은 일부 지진 이재민을 위해 임시구호소로 사용되는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도 찾았다.
대다수 이재민은 새집이나 임시주거지를 찾아 떠났고 현재는 임시구호소에는 이주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흥해 한미장관맨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은 진 장관이 도착하자 "사람이 살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 "6·25전쟁 때도 이것보다 나았을 것", "높은 사람이 왔다가 가면 뭘 하느냐", "결과가 나왔으면 대책을 세워줘야지" 등의 목소리를 내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주민은 진 장관을 비좁은 텐트로 안내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또 몇몇 주민은 진 장관과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체육관을 나가려고 하자 출입문에서 '행안부장관과 포항시장은 이재민을 방치한 책임을 져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막아서기도 했다.
체육관 앞 공간에서도 진 장관, 이 시장 등과 마주한 주민은 "그동안 사람들이 욕하고 멸시하며 세금 축내는 버러지같이 취급했다"며 "주거안정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진이 인재란 결과가 나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왜 방치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한 주민은 "시장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동안 수차례 사과했고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빨리 해결하기 위해 왔고 당장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주민은 진 장관 답변을 들은 뒤에야 체육관에서 나갈 수 있도록 비켜섰다.
포항시청에서 열린 시민과 대화에서는 많은 시민이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주관기관인 넥스지오 등이 사과하지 않는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원식 '포항11·15 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포항시민을 가마때기 취급하는 데 그러면 안 된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많은 원인을 제공하고도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안 한다"고 성토했다.
마정화 포항지진시미연대위원장은 "산자부나 넥스지오는 사과 한마디 없어 시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고 흥해주민 임종백씨는 "국정 감사나 감사원 감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칠구 경북도의원은 "넥스지오가 사업 주체이고 지질자원연구원이 관련돼 있어 산자부 장관 내지는 국무총리, 나아가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주민은 이산화탄소 포집시설 폐쇄, 주거안정 대책, 주거환경개선, 정밀안전 진단, 피해기업 금리 인하, 특별법 제정 협조, 예산 지원, 지진연구원 개설 등을 요구했다.
진 장관은 "국가와 정부는 국민이 어려움을 갖고 있으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회와 얘기하고 힘든 이재민 상황과 주민 전체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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