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 커지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로마 지원 놓고 또 충돌

입력 2019-04-24 23:10  

파열음 커지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로마 지원 놓고 또 충돌
현지 언론, 연정붕괴 가능성에 '무게'…디 마이오·살비니 "정부 지속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면서 연정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의 '동맹'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연정의 분열상은 23일 밤(이하 현지시간) 경기 부양을 위한 '성장 시행령' 승인을 위해 소집된 각료 회의에서 극에 달했다고 현지 언론이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지지 기반과 정치 철학이 상이하게 달라 오래 함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선을 받아온 두 정당은 출범 직후부터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데 이어 내달 말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며 양측의 갈등이 최근 들어 증폭되고 있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진 이날 각료 회의에서는 오성운동이 밀어붙인 로마시 지원안이 동맹의 반대로 시행령에 제대로 포함되지 못하면서 연정 내부의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오성운동은 자당 소속인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이끄는 로마시에 이자 경감, 채무 일부의 국가 이관 등 재정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성장 시행령'에 반영하려 했으나, 동맹의 반대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와 관련, "막대한 빚을 짊어지고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로마에만 특별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며 일명 '로마 구조안'의 채택을 저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재정난으로 대중교통, 쓰레기 수거 등의 기본적인 도시 행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갈수록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로마시의 난맥상을 지적하면서,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코리에레델라세라, 일메사제로 등 현지 주요 언론은 이날 1면에 '전쟁', '전투' 등의 단어를 동원해 '로마 구조안'을 둘러싼 오성운동과 동맹의 대립을 상세히 전했다.
일간 라스탐파는 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고 평가하며, 연정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한다"는 기사를 실어,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잡은 연정이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야당인 중도좌파 민주당 소속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 연정은 모든 의제에 대한 전면적인 충돌로 (기능이) 마비됐다"고 꼬집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이민정책부터 감세, 낙태, 알프스를 관통해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 토목 공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이슈에 있어 불협화음을 노출해왔다.
여기에 지난 주 동맹 소속의 아르만도 시리 건설교통부 차관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양측의 균열은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디 마이오 부총리가 시리 차관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살비니 부총리는 그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오성운동 소속인 다닐로 토리넬리 건설교통부 장관이 시리 차관을 직무에서 배제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져 회복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와 디 마이오 부총리는 "정부는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며 연정의 붕괴 가능성을 재차 부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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