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 석탑, 20년 대역사 마치고 다시 우뚝 서다

입력 2019-04-25 09:40   수정 2019-04-25 10:11

미륵사지 석탑, 20년 대역사 마치고 다시 우뚝 서다
해체·보수 작업 마치고 30일 준공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지은 현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인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20년에 걸친 해체·보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30일 오후 2시 익산 미륵사지에서 전라북도, 익산시와 함께 '보수정비 준공식'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준공식은 익산시립무용단 무용극을 시작으로 사업 경과보고, 가림막 제막, 기념 법회 순으로 진행된다.
미륵사는 금당과 탑을 세 개씩 건립한 삼원식(三院式) 사찰이었는데, 국보로 지정된 석탑은 서탑이다. 한국 목탑이 석탑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16세기 전후 절이 황폐화하면서 상당 부분 훼손돼 6층 일부만 남았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붕괴한 부분을 시멘트로 땜질해 응급 보수했으나, 1998년 구조 안전진단에서 콘크리트가 노후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1999년 석탑 해체와 보수를 결정했고, 연구소는 2001년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석재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185t에 달하는 콘크리트를 제거한 뒤 다시 조립하는 데 16년이 걸렸다. 연구소는 2017년 조립을 완료하고, 보수 작업을 위해 설치한 대형 가설 덧집과 울타리를 올해 초에 철거했다.
보수를 마친 석탑은 높이 14.5m, 너비 12.5m이다. 사용한 부재는 1천627개이고, 무게는 약 1천830t이다.
학계 안팎에서 탑을 몇 층까지 복원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6층 이하 부재만 현존하고 7층 위로 새 부재를 올리면 옛 부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6층까지만 쌓았다.
옛 부재 중에는 81%를 다시 썼고, 새 부재는 익산에서 나는 화강암인 황등석을 가져와 사용했다. 옛 부재와 새 부재 비율은 각각 65%, 35%다.
지난 2009년에는 미륵사를 창건한 인물이 '좌평 사택적덕(沙宅績德)의 딸이자 백제 왕후'이고, 사찰 건립 시기가 639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리봉영기가 발견돼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미륵사를 창건한 주체는 백제 무왕과 그의 왕비이자 신라 진평왕 딸인 선화공주(善花公主)라고 했으나, 사리봉영기에는 왕후가 사택적덕 딸로 기록돼 '서동요' 설화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미륵사지 석탑은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 기간 보수가 이뤄진 사례"라면서 "석탑의 진정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5월 중에 미륵사지 조사·연구와 보수 결과를 공유하고 문화재 수리 현황을 논의하는 학술포럼을 열고, 연말까지 수리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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