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첫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집중 조명

입력 2019-04-25 10:28  

日언론, 첫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집중 조명
"北, 원조 받으면서도 '자주' 원칙 지킬 듯"
"푸틴 대통령에게도 이번 회담은 득 될 것"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처음 대면하는 북·러 정상회담을 놓고 일본 주요 언론 매체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자 지면에서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편으로 회담장이 마련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엔 안보리에 의한 대북제재의 조기 완화 필요성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특히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대안으로 6자 회담을 부활하는 방안이 제안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의 성공을 원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의 해결과 양국(북·러) 간 발전에 관해 협의한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이 외국 언론매체와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면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취하면서 양측에서 지원을 끌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이 부진한 것이 북한이 전통외교를 강화토록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북한은 동서냉전 때도 옛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전개하면서 양측으로부터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지원받았다며 1991년 소련 붕괴에 따른 냉전 종식과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최근 대외무역액의 90%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는 등 경제면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에 귀중한 외화획득원이 되는 노동자 수만 명을 받아들여 왔다며 비핵화 6자 회담 멤버로서도 중국 다음으로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북한 주장에 동조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4차례 회담했지만, 푸틴 대통령과는 회동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정치 전문가인 이소자키 아쓰히토(?崎敦仁) 게이오대 준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에서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관계를 유지하며 양측으로부터 원조를 끌어내면서 자국 일은 자국이 결정한다는 '자주'를 지켜왔다"며 "이는 일종의 성공경험으로 김 위원장도 이런 방침을 답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상이 정체되는 상황이 오래 이어질 경우 북한은 이전처럼 러시아와 중국에 더 접근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아사히는 또 김일성 주석은 옛 소련 정상과 9차례 만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러시아 정상과 4차례 회담을 가졌다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과 처음 갖는 이번 회담이 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작년 80%대에서 서방권에 의한 경제제재 등의 영향으로 60%대까지 떨어졌고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북미 협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높이면 러시아가 미·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이라는 점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서 가까운 극동지역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북·중·러 3개국의 유대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나서는 등 러시아가 제재 완화에 관한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를 종단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부설과 한반도에 연결되는 시베리아 철도 이용 화물 수송량 증대 등 거대한 이권 획득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 등 관계국의 투자를 유치해 개발이 지연되고 인구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파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북미협상의 교착화로 중국, 한국 등 '키 플레이어'가 대미 관계를 고려해 노골적으로는 대북 지원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 후원자로 중간등판하는 모양새라며 푸틴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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