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집에 못 간다" 절박한 주민 신고 단순 계도한 경찰

입력 2019-04-25 11:18   수정 2019-04-25 11:19

"무서워 집에 못 간다" 절박한 주민 신고 단순 계도한 경찰
권미혁 의원, 주민 112신고 녹취록 공개, 안인득 관련 신고 8건 중 입건은 단 1차례
경찰 "대응·출동 경찰관 상대 진상조사 후 결과 따라 조치"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지금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지금 좀 빨리 와주세요.",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어요."
안인득(42)의 방화·살인 1개월여 전 윗집 주민이 112에 신고한 내용 중 일부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확보한 안인득 관련 112신고 건수는 지난해 9월 26을 시작으로 지난 1월 17일, 지난 2월 28일, 3월 3일·8일·10일·12일·13일 등 총 8건이다.
권 의원은 이 중 경찰청 예규상 보존 기간인 3개월이 지난 2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중에서 4건이 안인득 윗집 주민에 의해 이뤄졌다.
해당 주민은 2월 28일 신고에서 "지난번 우리 집 앞에 오물 뿌리고 가서 신고한 적이 있기는 한데, 방금 출근을 하는데 아래층 남자가 계란을 던지고 하면서 나한테 폭언을 퍼붓고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경찰이) 지금 와야 돼요. 지금 불안해서 못 살아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좀 빨리 와주세요"라고 독촉하는 주민 마음과는 달리 경찰은 "내용을 알고 가야 돼요.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라고 대응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경찰은 "지금 (그 사람이) 찾아온다고 말을 했단 말이죠"라고 묻고 주민은 "밑으로 내려온다고 얘기했는데 내가 관리사무소 쪽으로 신고했는데 무서워서 못하겠어요"라고 답했다.
되돌아온 경찰의 말은 "XXX동 앞에서 만나보세요. XXX동 앞으로 가볼게요"였다.
이를 두고 경찰이 주민에게 안인득을 먼저 만나보라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경찰은 "해당 경찰관에게 확인한 결과 곧 출동할 경찰을 만나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주민은 3월 3일에는 "그저께도 신고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늘 아침에도 나오니까 오물을 뿌려놨어요"라고 안인득이 문제 행동을 계속한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다.
3월 12일에는 "CCTV를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해놨는데요. 오늘 와가지고 오물 뿌려놓고 애 따라 와가지고 초인종 누르고 욕을 하고 그랬다는데 저는 무서워서 못올라가겠어요. 집 밑에 있거든요. 지금 4번째"라고 설명한다.
이어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어요"라고 재차 불안을 호소했다.
다음날인 13일에도 "어제 제가 경찰 접수를 해가지고 아랫집 때문에요.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해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지금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며 "집에 못올라가겠어요. 우리 아랫집이 돼가지고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아닙니까"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잇따른 신고에서 엿볼 수 있는 주민의 불안, 절박함과는 다르게 경찰 대응은 주민에게 CCTV 설치를 안내하거나 안인득을 단순 계도하는 것에 그쳤다.
경찰이 신고 건과 관련해 안인득을 형사 입건한 것은 1차례(재물손괴 혐의)에 그쳤다.
경찰의 소극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이웃과 수차례 마찰을 빚던 안인득은 지난 17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방화·살인을 저지른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다.
민갑룡 경찰청장 지시로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10여명으로 꾸려진 진상조사팀은 현재 112신고 녹취록 등을 토대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와 신고 대응 경찰관, 출동 경찰관 등을 상대로 서면·대면 조사를 진행해야 해 진상조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 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희생자 유가족 측에 밝힌 바 있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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