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폭 피해자 2천283명 생존…유병률 높고 저소득층 많아

입력 2019-04-25 13:42  

한국인 원폭 피해자 2천283명 생존…유병률 높고 저소득층 많아
자녀들도 사회적 차별 경험, 피폭 유전될까 결혼·출산 포기하기도
복지부 피해자 실태조사 첫 실시…"2세대 피폭 건강영향 등 조사 예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가운데 2천283명이 현재까지 살아있으며, 피해자와 그 자녀들은 신체·정신적 장애,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원폭 피해자들은 일반 국민보다 암 발생률이 높았고, 3명 중 1명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2세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컸고, 피폭 영향이 유전될까 불안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를 개최하고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폭 피해자란 1945년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노출돼 피해를 본 사람을 말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6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첫 실태조사로, 피해자 현황과 건강상태, 의료이용 현황, 생활실태를 담고 있다.

한국인 피해자는 1945년 당시 약 7만명이었고, 이 중 4만명이 당시 피폭으로 사망하고 생존자 중 2만3천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8월 기준으로 대한적십자사에 피해자로 등록된 생존자는 2천283명이며, 연령별로는 70대가 63%, 80대가 33%다.
피해자의 70%가량은 경남(31.8%, 725명), 부산(22.1%, 504명), 대구(14.3%, 326명) 등 경상도 지역에 거주했다.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사망자 포함 등록 피해자 3천832명)의 암, 희귀난치성질환, 만성질환 유병률은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구에 비교해 높았다.
2017년 기준 암 5년 유병률(지난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수)을 보면, 피해자 남성의 전립선암, 위암, 대장암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각각 9천833명, 4천621명, 4천327명으로, 70세 이상 남자인구 유병률인 1천465명, 1천435명, 1천270명에 비해 훨씬 높다.
피해자 여성의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유병률도 인구 10만명당 각각 2천789명, 2천303명, 1천827명으로 70세 이상 여자인구 유병률인 553명, 654명, 317명에 비해 높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이번 조사는 피해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질병에는 소득과 직업, 생활지역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쳐 높은 암 유병률이 피폭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의료이용이나 의료비 본인부담 수준도 일반인보다 높은 편이었다.
2017년 피해자와 70세 이상 인구의 입원 이용률은 각각 34.8%, 31.0%였고, 의료비 본인부담액(급여부문)은 각각 124만원, 110만원으로 차이가 있었다.

피해자와 2세대를 대상으로 인터뷰, 면접조사를 한 결과, 피해자의 23%는 장애가 있었고, 51%는 자신의 건강수준이 나쁘다고 응답했다. 36%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고,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천원이었다.
이는 동년배 국민의 장애 비율 17.5%, 기초생활수급 비율 5.7%와 큰 차이다.
2세대도 8.6%가 장애자, 9.5%가 기초생활수급자, 월평균 가구수입은 291만원으로 동년배보다 신체·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
피해자의 11%, 2세대 9.5%가 피폭과 관련해 사회에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피해 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피해자와 자녀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피폭 영향에 대해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피해자 세대뿐만 아니라 2세에 대해서도 국가가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복지부는 올해 중 2세의 건강상태, 의료이용 등에 대해 후속 조사에 들어가고, 앞으로 피폭의 건강 영향 등에 관한 분석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표] 원폭 피해자 지원 현황
┌───────────────────┬─────────────────┐
│한국정부   │일본정부 │
├─────┬─────────────┼────┬────────────┤
│지원대상 │대한적십자사 등록자 │지원대상│피폭자건강수첩 소지자 │
├─────┼─────────────┼────┼────────────┤
│진 료 비│?피폭자건강수첩 미소지자 (│진 료 │?연간상한액(30만 엔) 이 │
│ │63명) │비 │내 : 진료비 전액│
│ │ 진료비(급여) 본인부담금 ││?연간상한액 초과 : 일본 │
│ │지원 ││의료수가 재산정 후 지원 │
│ │ │││
├─────┼─────────────┼────┼────────────┤
│장 제 비│150만 원 │장 례 │20만6000엔 │
│ │(피폭자건강수첩 미소지자) │비 ││
├─────┼─────────────┼────┼────────────┤
│건강검진비│연 1회(35만 원) │건강검진│연 1회(35만 원) │
│ │(피폭자건강수첩 미소지자) │비 ││
├─────┼─────────────┼────┼────────────┤
│진료보조비│매월 10만 원 │원호 수 │4종 중 1종 수령 │
│(등록자 전│ │당* │* 의료특별수당(140,000엔│
│원대상) │ ││), 특별수당 (51,700엔), │
│ │ ││건강관리수당(34,430엔), │
│ │ ││보건수당(17,270엔) 중 질│
│ │ ││병의 유무·경중에 따라 │
│ │ ││월정액 수령 │
├─────┼─────────────┼────┼────────────┤
│복지회관 │운영비 전액(연 15억 원) │도일(일 │희 망 자│
│운영지원 │(입주자 110명)│본 의료 ││
│ │ │기관) 치││
│ │ │료 ││
├─────┼─────────────┼────┼────────────┤
│관련 근거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 │관련 근 │①원자폭탄피폭자에대한 │
│ │원을 위한 특별법 │거 │원호에 관한 법률(원호법)│
│ │ ││②재한원폭피해자지원사업│
│ │ ││ 등 업무협약│
├─────┼─────────────┼────┼────────────┤
│연간 소요 │49억 원 │연간 소 │204억 원│
│액│ │요액││
└─────┴─────────────┴────┴────────────┘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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