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정황 뒷받침…대법서 '경영승계 존재' 사실판단 달라질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3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된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의 합작과정에서의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젠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해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오르면 그만큼이 회계상 부채로 책정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사정을 투자자 등 시장에 알리지 않았고,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갑자기 바꿨다. 이로써 일거에 4조5천억원에 달하는 회계상 이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의 존재를 고의로 숨겨 회계부정을 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삼성 측은 "외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일 뿐이지 위법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회계사들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이후 서울행정법원의 재판에서도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삼성 측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 정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 사실이 인정되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이 그룹 내에 진행됐다는 정황증거가 되고, 이는 2심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진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다른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2심이 무죄 판단을 내린 근거는,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면서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부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정황이 존재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재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법리적 쟁점만을 심리하는 '법률심' 역할을 하는 대법원이 소위 '사실심'이라 불리는 하급심 재판부에서 결론 낸 사실관계에 관여할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된다.
통상 대법원은 사실심이라 불리는 하급심의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서는 이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별도 심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심리할 수도 있다.
대법원이 이 같은 논리에 따라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면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대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비롯한 삼성의 경영 승계 문제를 두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을 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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