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대사 관련 폭로 기소…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제기 불기소
김태우 측 "이제 청와대 비위 제보하려면 처벌 감수해야…법치사망"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해 청와대로부터 고발당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1부(김욱준 부장검사)는 25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전 수사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청와대의 고발장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에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확인한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은 총 16개 항목에 이른다.
검찰은 이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관련한 폭로 등 5개 항목에 대해서는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
기소 항목은 우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에 대한 폭로이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요건인 '비공지성'(외부에 알려지지 않음), '실질비성'(실질적인 보호 필요성) 등이 고려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국장 비위 첩보 묵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일감 몰아주기 등 다른 여러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이들 폭로 내용은 이미 언론 보도나 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외부에 알려졌거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날 서울동부지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교체 과정에 부당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전 균형인사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는 등 수사를 마무리한 데 따라 이같이 조처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수사관의 폭로로 외부에 알려져 국가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을 가려내 일부 기소 결정을 내렸다"며 "불기소 처분한 항목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검찰의 결정에 대해 김 전 수사관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이제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의 비위를 제보하려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불이익을 면하려면, 검사가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증거를 수집하여 폭로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어느 누가 공익제보를 하려고 나설 것인가. 4월 25일 법의 날, 법치는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특감반에서 일하다 검찰로 복귀 조처된 뒤 해임된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 등 '윗선' 지시에 따라 민간인 사찰이 포함된 첩보를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지난해 12월 19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전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간 검찰은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그를 세 차례 불러다 조사한 바 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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