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택시운전자 휴식공간 필요", 주민들 "생활권 침해, 불통 행정"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택시운전자에게 휴게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경기 수원시가 만든 택시 쉼터가 주민들의 반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됐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택시운전자의 휴식공간이 필요하다는 수원시와 교통사고 위험과 차량 매연 등으로 생활권이 침해된다는 주민들이 맞서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매여울근린공원 인근 주민들은 최근 '매여울공원내 택시쉼터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원천동에 있는 택시 쉼터의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주로 매현초등학교 학부모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 15일 수원시청을 항의 방문해 "어린이공원에 택시 쉼터 건립은 절대 안 된다. 시민 의견을 듣지 않고 추진하는 택시 쉼터 건립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들이 수원시에 뿔이 난 이유는 영통구 원천동에 있는 기존의 택시 쉼터를 수원시가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매여울근린공원으로 옮기려 하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2013년 택시운전자에게 휴게공간을 제공해 사고를 예방할 목적으로 영통구 원천동 월드컵로 97번길 공영주차장 내에 택시 쉼터를 만들었다.
쉼터에는 휴게실, 샤워실, 수면 캡슐 룸, 북카페, 화장실 등 택시운전자의 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택시 쉼터 때문에 주차공간이 줄어들어 주차난이 심각해지고, 주변 도로에 불법주차가 늘어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면서 택시 쉼터 이전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2016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냈다.
국민권익위는 수원시, 주민들과 수차례의 협의와 주민 의견 청취 끝에 그해 12월 수원시가 신속히 대체부지를 확보해 쉼터를 이전하고, 교통사고 예방 조치를 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원천동 택시 쉼터를 매탄동 매여울근린공원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수원시는 주민 의견 수렴과 주민설명회를 거쳐 오는 7월께 착공해 올해 안으로 준공할 생각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커지자 모든 행정절차 진행을 중단했다.
매여울근린공원 주변 주민들은 아파트 밀집 지역에다 초등학생의 이용이 많은 근린공원에 굳이 택시 쉼터 설치를 강행하려는 수원시의 행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재등 비대위원장은 "수원시가 지난 2년간 쉼터 이전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난해 12월에야 공청회 안내를 알려왔다"라면서 "이미 다 이전을 결정해놓고 마지막 고시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주민의 목소리는 안 듣고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려고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택시사고 예방을 위한 목적이라면 택시업체가 택시 기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 쉼터에서 잠깐 쉰다고 안전이 보장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주거단지도 가깝지 않고 반대 민원이 없을 곳을 대안지역으로 제시했는데도 시는 검토도 안 하고 무조건 매여울근린공원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원천동 택시 쉼터를 이전하려는 근거, 매여울근린공원으로 결정하게 된 행정적인 절차 등을 알려달라며 수원시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상태다.
수원시 관계자는 "택시 쉼터 이전에 대해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주민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라면서 "행정행위에 대해 주민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논의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수원시에는 고등동, 남수동, 탑동에도 택시 쉼터가 조성됐지만, 이들 지역은 철도용지나 하천변, 일반주택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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