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대통령 위원을 비판해 온 사업가가 총에 맞아 살해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22일 자정께 사설 보안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슬라비사 크루니치가 차에 타고 보스니아 북서쪽 바냐 루카시 외곽의 자택으로 가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고 전했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경호원은 총격전을 벌여 일당 중 한 명을 사살했으나 자신도 목숨을 잃었으며 운전기사는 중상을 입었다.
경호원이 사살한 범인은 과거 강도 행각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젤코 코바체비치라는 범죄자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마피아식 습격'이라고 묘사했다.
크루니치는 보스니아 연방을 구성하는 스프르스카 공화국의 밀로라드 도디크 대통령 위원을 비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니아는 주로 보스니아계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로 이뤄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과 세르비아계가 주를 이루는 스프르스카 공화국(RS)의 연합체다.
보스니아·크로아티아·세르비아계가 각각 1명씩 대통령 위원을 선출해 이들이 대통령 위원회를 구성한다.
친 러시아 성향의 민족주의자인 도디크 대통령 위원은 세르비아계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1995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인 8천여명을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보스니아계의 분노를 샀다.
그는 지난해 3월 바냐 루카의 한 하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20대 청년 다비드 드라기체비치의 살해 배후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드라기체비치 역시 그를 비판해왔다.
바냐 루카에서는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드라기체비치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펼쳤다.
보스니아 주재 미국·영국·독일 대사관은 스프르스카 공화국의 최근 정치적 발언과 계획은 유럽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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