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1년] ①대결에서 대화로…한반도 뜨겁게 달군 정상외교

입력 2019-04-26 06:00  

[판문점선언 1년] ①대결에서 대화로…한반도 뜨겁게 달군 정상외교
남북·북미, 연이은 '톱다운' 대화로 평화 프로세스 급진전
文대통령, 고비마다 중재역·촉진자로 돌파구 모색
'하노이 결렬'로 북미 협상 교착…"정교한 실무논의 병행 필요"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문재인 대통령)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자 왔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손을 맞잡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의 출발을 알렸다.
그 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2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등 톱다운 방식의 정상외교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격변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첫 단추 역할을 한 것이 4·27 1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 속에 지난해 3월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4월 말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지었다.
특히 남북정상은 1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에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북미 간 비핵화 논의의 기반을 다졌다.
남북이 실타래를 풀자, 이번에는 북미 정상의 만남이 실현됐다.
정 실장은 3월 특사단 방북 후 곧바로 미국으로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속한 만남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구상한 대로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또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면서 남북의 평화체제 대화도 탄력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셈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정세 속에 문 대통령은 북미 사이의 '중재역'이자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촉진자'를 자임하며 고비 때마다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열중했다.
지난해 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한 공개서한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히는 등 북미 협상이 위기를 맞자, 이튿날인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대화의 동력을 살려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6월 12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세기의 만남'으로 꼽히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판문점선언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데에도 밑바탕이 됐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에서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9월 18∼20일 평양을 방문하는 등 한 해에 세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이에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의 만남이 상시화·정기화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남북 정상은 또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간다'는 데 합의했고, 이런 약속은 9월 3차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채택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후 남북 정상의 합의는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추진 등으로 현실화했다.
이런 정상외교의 결과로 4·27 이전과 비교해 국민이 느끼는 전쟁의 위협이 획기적으로 감소했으며 평화체제 정착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6월 12일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올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순항하는 듯 했던 비핵화 논의가 벽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하노이 노 딜'을 통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의 근본적인 의견 차이만 재확인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 간 대화 의지가 유지되더라도,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미국 입장과 단계적 접근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결국 북미 협상은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역시 북미 간 교착 상황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남북 간 경제협력 역시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을 제재 틀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해 왔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착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간극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좁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아가 지금까지 지속해 온 톱다운 방식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되, 정교한 실무협상을 병행해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이 당시 북측은 '핵 문제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만 말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실무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비핵화에 대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회담 결렬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톱다운 방식 뿐 아니라 '바텀업'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실무협상에서 풍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정부 역시 '남북미 실무회담'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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