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인 중고연맹 부회장 "흔치 않은 기회니 후회 없는 경기 해라"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막내 안재현(20·삼성생명)이 세계랭킹 4위인 일본의 간판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건 치밀한 준비와 안재현 특유의 저돌성이 이뤄낸 쾌거다.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가 열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아 25일 안재현이 남자단식 16강에서 하리모토를 4-2로 꺾는 장면을 지켜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안재현의 승리를 높게 평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이번 대회 기간 ITTF 집행위원에 선출되는 경사에 이어 안재현의 16강 승리 역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유 위원은 "우선 멋진 경기를 보여준 안재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평소 본인의 캐릭터가 그대로 나온 저돌적인 경기였고, 하리모토가 안재현의 초지일관 저돌적인 플레이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57위에 불과한 안재현은 작년 12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그랜드파이널스 정상에 오른 하리모토에 주눅 들지 않고 시종 공세적인 경기를 벌인 끝에 4-2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첫 세트를 11-7로 따낸 안재현은 2세트를 3-11로 쉽게 내줬지만 공방을 펼친 3, 4세트를 가져오며 승부의 흐름을 돌렸다.
하리모토의 반격에 5세트를 잃은 안재현은 6세트를 11-9로 이겨 하리모토를 격침하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안재현은 8강에서 장우진(미래에셋대우)과 한국인 선수 대결을 벌이게 됐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동메달을 주는 4강에 오르기 때문에 한국은 2017년 대회 때 이상수(삼성생명)의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확보했다.
유 위원은 "장우진과 안재현 중 누가 이기든 결승까지도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안재현과 장우진 8강 대결 승자는 마티아스 팔크(스웨덴)-시몬 가우쉬(프랑스)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안재현의 '녹색 테이블 반란'은 특유의 승부 근성과 강심장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홉 살 때 처음 탁구 라켓을 잡은 그는 큰아버지인 안창인 한국중고탁구연맹 실무 부회장 집에서 생활하며 실력을 키웠다.
동산중과 동산고에서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그는 중학교 2학년 첫 대회에서 1년 선배 조승민, 이장목 등이 빠진 가운데 첫 우승을 이룬 걸 계기로 같은 연령대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오른손 셰이크핸드로 포핸드 드라이브가 위력적인 안재현은 연결 능력이 뛰어나고, 롱 랠리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지구전에 강하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과 집중력을 겸비해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도 승부를 뒤집는 경우가 많고, 강한 선수들에게도 주눅 들지 않아 '강심장'으로 불린다.
이날도 2세트를 3-11로 어이없게 내주고도 위축되지 않고 승부의 흐름을 바꾼 건 안재현의 강심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재현은 지난달 초 세계선수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막차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출전하지 않아 단식에만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안재현은 전체 선수 중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처음 합류한 이정우 코치의 집중적인 조련을 받으면서 기량이 놀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테이블에 바짝 붙어 플레이하는 데 집중했고, 공세적인 경기 운영으로 선제점을 잡는 전략을 썼다.
또 왼손 펜홀더인 이정우 코치와 빠른 플레이 중심의 훈련을 반복했다. 다른 선수들이 쉬는 시간에도 이 코치와 특별훈련까지 했던 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빛을 발했다.
안재현의 큰아버지인 안창인 중고연맹 부회장은 "재현이는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슬로스타터이지만 집중 훈련 후 빠르고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면서 "또 상대전적 4승 1패로 앞섰던 하리모토가 자신보다 부쩍 성장한 것에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하리모토를 꼭 꺾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목표를 이뤄 축하를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이어 "장우진과 8강을 앞둔 재현이에게 문자를 보내 '흔하지 않은 기회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오라'고 이야기해줬다"고 귀띔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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