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하노이회담 결렬 후 미국에 '다른 길' 가능성 보여주려 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언론도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북러 정상회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서로 손을 맞잡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시간 동안 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의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행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의 맥락 안에서 해석돼야 한다"며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러시아라는 다른 길도 있음을 미국에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2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 대해 각각 "주목할 만한 논의", "매우 유익한 의견 교환"이라고 자평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핵무기 폐기와 제재 완화가 연동된 '단계적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으나 미국이 포괄적이고,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북한에 제재를 해제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일간 코레에레델라세라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가스관, 송유관 건설 등의 경제 협력 의제도 폭넓게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대한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지난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2개월 만에 열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과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러시아에도 의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러시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미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가톨릭 신문 아베니레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핵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공감했다"는 기사를 싣고 이날 회담에 관심을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당사자로 미국과 한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길 원하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추진했다고 아베니레는 분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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