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간부 "퍼포먼스 뿐" 비판…마이니치 "북러 간 경협 한계"
日정부, 6자회담 부정적…북일회담 미개최에 "모기장 밖에 놓일라" 우려
日언론 "푸틴이 지각해 김 위원장 기다리게 해"…韓언론 보도와 달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정부 내에서 회담이 비핵화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깎아내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이번 정상회담은 퍼포먼스(보여주기식 이벤트)뿐이었다"며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뒤처지는 것을 우려해 6자회담 재개를 언급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2국 간 협상을 중시하는 미국을 지지하는 한편 러시아, 중국에 대북 제재를 계속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 역시 "북미 협상이 움직이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더한 6자 회담을 재개할 필요는 없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소개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북일 간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 내에서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료는 통신에 "6자회담 재개가 마이너스(-)는 아니다. 북일 간 정상이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인해 일본이 한반도 주변 주요국 중 유일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안 한 나라가 됐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이 더 심화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은 북러 정상회담으로 일본이 북한과 관련해 '모기장 밖'(무시당하거나 고립됐다는 뜻의 비유)에 놓여 있다는 인상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는 사설을 통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북한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려 한 것"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제재에 구멍을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산케이신문도 사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6자 회담 재개를 언급했지만, 다국간 협의의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전 6자회담의 실패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러시아와 경제 관계 확대를 바라고 있지만, 스스로도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사정을 생각하면 두 나라 간 경제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지각대장'으로 통하는 푸틴이 이번에도 회담장에 '지각'했다고 보도한 매체도 많았다.
산케이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산불 대책회의를 이유로 회담장에 늦게 도착했고, 러시아에 도착한 김 위원장을 마중 나온 러시아 정부 관계자도 급이 낮은 편이었다며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도 푸틴의 지각을 부각했다.
'지각대장' 푸틴이 달라졌어요…김정은보다 일찍 도착/ 연합뉴스 (Yonhapnews)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기다리게 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한국 언론과 크게 다른 것이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에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김 위원장은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함에 따라 오히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차이는 러시아 크렘린궁이 정확한 회담 시간을 고지하는 대신 25일 오후 1∼2시 사이에 회담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 배경으로, 회담 시작 기준점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1시43분께(현지시각) 정상회담장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S동 건물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의 전용차가 같은 건물에 도착한 것은 2시5분이었다. 두 정상은 2시6분에 악수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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