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안과 문 부서지고 복도에는 쓰레기 뒹굴어…부상자 속출
민주, 최고위·의총 연달아 개최…한국, 긴급의총 맞불
한국당, 7층 의안과 등 '주요 포인트'에 인력 배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차지연 김여솔 이동환 기자 = '폭력사태'가 벌어졌던 국회는 26일 오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는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4시께까지 충돌을 이어간 후 '숨 고르기'와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국회 곳곳에는 격렬한 충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법안을 접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첫 충돌이 시작된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문은 군데군데 패이고 부서졌다.
복도에는 각종 서류와 음료수병 등 쓰레기가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중 병원을 찾은 사람은 없었지만 여러 명이 타박상을 입거나 허리와 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승희·이철규 의원이 갈비뼈 골절로 병원을 찾고 박덕흠 의원이 깁스, 최연혜 의원이 목 보호대를 각각 착용하는 등 최소 5명이 부상을 당했다.
각 당은 잠시 충돌을 멈춘 오전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여야 4당 중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한국당 성토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전 8시30분 최고위원회의, 9시 의원총회를 연달아 열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중소기업 현장 방문 일정을 취소한 이해찬 대표는 "어제는 국회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하루였다"고 개탄했고,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상 초유의 폭력사태에 대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초선 원내부대표단은 중진 의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상황 공유와 대응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충돌 상황에서 찍은 영상을 근거로 한국당 의원 10여명, 당직자 및 보좌진 10여명을 이날 오전 중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은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정의당은 비상원내대책회의를 나란히 오전 9시 30분에 열고 한국당을 비난했다.
패스트트랙 처리의 '키'를 쥔 바른미래당은 두쪽으로 나뉘어 암중모색에 들어갔다.
지도부는 이날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공식 일정을 대부분 연기한 채 비공개회의 등을 통해 향후 대응 전략을 짜는 데 골몰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지상욱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대거 참석해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당 분열을 가속화한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국당도 맞불을 놨다.
전날 충돌의 시발점이 된 7층 국회 의안과 앞에서 오전 8시30분 개최된 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는 의원 80여명 등 120명이 집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막는 게 이번 투쟁의 승부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새벽까지 민주당을 저지한 뒤 국회 본청에서 상당수가 밤을 보낸 한국당은 이날도 민주당의 법안 접수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주요 포인트'에 인력을 배치했다.
정개특위가 주로 열리는 본청 4층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과 사개특위가 써온 2층 회의장 앞에 30여명의 의원과 보좌진 등이 모였다.
한국당은 이밖에도 회의 '기습 개최' 장소가 될 수 있는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회의실 앞에도 보초를 세웠다.
한국당 보좌진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의원회관을 비우고 전원 본청 701호로 집결해달라"는 긴급 공지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국회 곳곳 회의장과 사무실 앞에는 다시 충돌 조짐이 보인다.
한국당은 여성 의원을 제일 앞줄에 세워 석줄로 '스크럼'을 짜기 시작했고, 7층 의안과 사무실로 향하는 통로인 유리문을 줄로 감고 문에도 스티로폼을 붙여 '철통 방어'를 준비했다.
민주당이 다시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 시도를 시작하면 한국당은 다시 이를 물리력으로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전날과 같은 폭력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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