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용차 동승 리용호·최선희, 北외교 '실세' 재확인(종합)

입력 2019-04-26 22:16  

김정은 전용차 동승 리용호·최선희, 北외교 '실세' 재확인(종합)
방러 기간 김정은 근거리서 보좌…리용호보다 상석 최선희 눈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 외무성이 대미협상 창구역할을 되찾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26일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에 탄 모습이 포착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외교와 비핵화 협상의 중심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에 있는 전몰용사 추모 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서 헌화했다.
전용차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은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에서 내렸다. 동시에 리 외무상이 전용차 조수석에서,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 옆자리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은, 러시아 전몰용사 추모시설 헌화…예정보다 2시간여 지연 / 연합뉴스 (Yonhapnews)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과 전용차에 함께 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 간부가 전용차에 동승하는 사례는 그 자체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러 기간 여러 번 관측된, 외무성 투톱을 향한 김 위원장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이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전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회담에서도 북측 배석자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당시 러시아 측에서 10명의 외교·경제 핵심 관료들이 총출동한 것에 비해 북측에서는 두 사람만 참석해 이 둘의 달라진 무게감을 체감케 했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두 정상 간의 마지막 공식일정인 만찬 연회에서도 김 위원장과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이 둘이 러시아 방문 기간 계속 김 위원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했다는 사실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대미외교와 비핵화 협상 업무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지지만, 외무성 투톱은 최근 주요 일정 때마다 김 위원장 옆을 지키고 있다.
앞서 김정일 정권에서도 외무성이 핵 협상을 전담했고, 당시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대미 협상의 핵심 실무자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추모 시설로 이동할 때 최 제1부상이 상관인 리 외무상보다 상석인 운전석 뒷자리에 앉은 것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더 큰 신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헌화를 마치고 다시 이동할 때에는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 바로 왼쪽, 리 외무상이 최 제1부상 왼쪽에 나란히 앉았다.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도 차량 의전이 있는데 최선희에게 옆에 타라고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위원장뿐"이라며 "나중에는 두 사람 모두 뒤에 앉은 것을 보면 차량 자리만으로 누가 더 실세라고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실무적으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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