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선언한 흑인 출판업체 사진·기록물 압류 신청…"美 역사의 일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를 만든 미국 영화계 거장 조지 루카스(74) 감독 부부가 최근 파산신청을 한 77년 역사의 흑인 출판업체 '존슨 퍼블리싱 컴퍼니'(JPC) 아카이브에 대한 권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스 감독의 부인인 멜로디 홉슨(50)은 거물급 흑인 여성 사업가다.
루카스 감독 부부 소유의 '캐피털 홀딩스 V'(Capital Holdings V)는 24일(현지시간) 시카고 소재 연방 파산법원에 JPC 아카이브 압류 신청서를 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25일 보도했다.
JPC는 캐피털 홀딩스 V로부터 1천2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대출받았으나 3년 이상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로, 현재 원금과 밀린 이자를 포함해 1천300만 달러를 빚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루카스 부부는 25일 성명을 내고 JPC 아카이브의 가치를 강조하며 보존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JPC의 기록물과 사진들은 미국 역사의 필수불가결한 일부이자, 수십 년에 걸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과 문화를 설명하는데 절대적 역할을 해왔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아카이브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42년 시카고에 설립된 JPC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흑인 출판업체다. 1945년 흑인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월간지 에보니(Ebony)를 창간한 데 이어 1951년부터 성공한 흑인에게 초점을 맞춘 주간지 '제트'(Jet)를 발행하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삶의 기록서"로 평가받았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로부터 전설적 야구선수 행크 에런, 팝스타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까지 다양한 흑인 인사들이 두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또 창업자 존 H. 존슨(1918~2005)은 1982년 흑인 최초로 포브스(Forbes) 선정 '400대 기업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JPC는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시장 환경 변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온라인에 무게 중심을 두다 2016년 에보니와 제트를 사모펀드 운용사 '클리어뷰 그룹'(Clear View Group)에 매각했다.
JPC는 이후 유색인종 전용 화장품 제조·판매 사업체 운영과 관련 출판물 간행에 주력하다 지난 8일 법원에 챕터 7(Chapter7) 파산(완전 청산) 신청서를 냈다.
현재 JPC에는 70여 년에 걸쳐 모인 사진과 문서 기록들이 자산으로 남았다.
시카고 트리뷴은 "500만장에 달하는 에보니 사진들이 JPC 최대 자산"이라며 2014년에는 4천만 달러(약 465억 원)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JPC는 지난 4년간 아카이브 매각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한편 루카스 감독은 지난해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셀러브리티'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가 2013년에 재혼한 홉슨은 시카고에 기반을 둔 유명 투자회사 '아리엘 인베스트먼트'(Ariel Inverstments)의 사장이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