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합 소속 국민수권당, 조코위와 회동하고 야권 승리 선언 비판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총·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과 여권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야권연합이 분열 조짐을 보인다.
26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연합 소속 이슬람계 정당 국민수권당(PAN)의 줄키플리 하산 총재는 지난 24일 오후 조코위 대통령을 만났다.
인도네시아 최고입법기관인 국민평의회(MPR) 의장이기도 한 줄키플리 총재는 이 자리에서 선거가 종료된 만큼 모든 정당이 그간의 갈등을 제쳐두고 화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라 하시부안 PAN 부총재는 "두 사람은 4월 17일 이후의 미래에 대한 계획들을 논의했다"면서 줄키플리 총재가 정당의 이익보다 국익을 앞세웠기에 이번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PAN은 25일에는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라 부총재는 프라보워 후보가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없이 승리 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투표 직후 인도네시아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표본개표(quick count) 결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54.5%를 득표해 재선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실시간 개표 집계도 26일 오전 9시 30분까지 36.2%가 진행된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이 56.09%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쟁민주당(PDI-P)를 비롯한 여당 연합 소속 정당들도 선전해 무난하게 원내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프라보워 후보 진영은 관권·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프라보워 대선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조코 산토소는 24일 기자들을 만나 "조작이 없었다면 득표율이 70∼80%에 이르렀을 것"이라면서 "부정에도 불구하고 프라보워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는 62%를 득표해 승리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프라보워 대선 캠프는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한 주요 여론조사기관 6곳을 편향성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KPU)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라 부총재는 야권 대선 캠프에 속해 있으면서도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는 역대 선거에서 90% 이상의 정확성을 보여 왔다. 90% 정확도라면 KPU의 결과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비록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과 여성 유권자에게 인기몰이하며 야권의 선전을 끌어낸 주역인 산디아가 전 부지사도 프라보워 후보와 결을 달리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산디아가 전 부지사는 24일 남(南) 자카르타 지역 개표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정직하고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보워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산디아가 전 부지사는 투표 당일 프라보워 후보의 두 차례 기자회견에 모두 불참했고, 18일 프라보워 후보가 자체 집계한 개표결과를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선언했을 때는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아 불화설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정치권 특유의 유연한 연정 구성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학(UIN) 교수인 안선근 박사는 "개각과 장관직 배분 등을 염두에 두고 야권연합에 속했던 정당들도 조코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이라면서 "극단적인 경우 그린드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여당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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