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보도…"외딴 지역 주민들, 의료서비스 받지 못해 가벼운 질병에도 숨져"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2살배기 아기 냐초아트는 뇌로 전이된 말라리아 바이러스 탓에 경련을 일으키며 남수단 북동부의 외딴 진료소로 실려 왔다.
고열로 발가벗겨진 아기는 링거를 꽂은 채 깊은 잠에 빠졌고 아기 곁에는 걱정스러운 눈빛의 어머니가 침상을 지키고 있다.
냐초아트는 가까스로 죽음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전쟁, 종족간 폭력, 강간, 기아, 그리고 주거지에서의 도피 등으로 점철된 남수단의 많은 국민은 내전뿐만 아니라 질병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분쟁이든 저개발에 의한 것이든, 보건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상황에서 질병에 걸리는 것이야말로 외딴 지역 주민에게는 최악의 위험이기 때문이다.
냐초아트가 입원한 우디어 마을의 소규모 진료소를 지원하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이곳에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의 70%는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한 말라리아, 급성 설사, 그리고 호흡기 감염 환자이다.
냐초아트의 어머니 부크 가데르(22)는 AFP에 "보다 중한 질병의 환자들은 '갈 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LSHTM)의 지난해 연구자료에 따르면 남수단에서는 지난 6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4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중 절반은 질병의 고통 속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ICRC의 보건 책임자인 아이린 오예냐는 북부 상(上) 나일주가 특히 심각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오예냐는 "기초적인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구호단체들이 있었지만, 전쟁이 나고서 이들 대부분이 철수했다"고 밝혔다.
ICRC는 주 2회 먼지가 이는 비포장 활주로를 통해 우디어 마을에 구호 약품과 보급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비행기가 오지 않는 날이면 활주로는 젊은이들의 축구경기장으로 사용되며 때때로 가축을 몰고 온 주민들이 양파와 커피, 그리고 우유를 파는 장터로 변모한다.
활주로 한 쪽에 있는 벽돌 건물은 마을의 유일한 학교건물로 태풍에 지붕이 날아간 지 오래되었고 교사들은 며칠째 종적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았다.
인근 마을에서는 아낙네들이 조만간 내릴 비에 대비해 초가집의 흙벽이나 지붕을 새로 고치고 있다.
비가 내리면, 수 킬로미터의 마을 주위를 감싸고 도는 늪지대와 강물이 불어나 주변 도로가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보건소로 환자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오예냐는 전했다.
지난 2011년 북부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수십 년간 소외됐다가 2013년 내전에 휘말린 남수단으로서는 국가 개발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그나마 보건분야는 국제구호기구들의 도움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남수단은 인도주의단체 직원들에게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며 지난 5년간 100여명이 구호 활동 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유엔은 집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수십 개의 구호단체가 분쟁의 여파로 현장을 떠났다.
우디어 마을이 속한, 북부 수단 및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접한 상 나일 지역은 2017년 남수단 정부군이 반군이 점령한 파각 타운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오예냐는 ICRC가 약탈이 진행되던 인근 마이우트 지역의 병원과 보건소로부터 환자와 직원들을 모두 우디어로 대피시켜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듬해인 2018년, 우디어 북쪽 72km 지점에 있는 마반 지역에서는 성난 주민들이 10여개의 인도주의단체 사무실을 약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ICRC의 제임스 레이놀즈 남수단 대표는 그나마 지난해 9월 조인된 평화협정으로 최근 이 지역 치안과 물류, 그리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접근이 수월해졌다고 전했다.
대표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분쟁이 새롭게 발생해 접근이 차단됐다고 덧붙였다.
ICRC는 현재 반군 점령지역인 우디어에서 모자보건 향상과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 앞마당에는 인근 마을에서 온 혹은 먼 곳에서 수일을 걸어 당도한 환자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예냐는 여성들이 힘든 집안일에다 자녀를 10여명씩 두고 있어 위급한 환자를 제때 데려오기가 쉽지 않으며 때론 어린아이들이 혼자 진료소를 찾는다고 전했다.
보라색 물방울무늬의 드레스를 입은 아홉살 난 여자아이가 혈변이 섞인 설사를 한다며 자신이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단정하며 진료소를 찾았지만, 주위에 아이의 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임신 합병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경우 수혈과 수술을 위해 병원에 가야 하지만 가장 가까운 병원이 자동차로 5시간, 걸어서 3일이 걸리는 정부군 점령지역인 마반에 자리 잡고 있다.
오예냐는 또 다른 선택은 3일을 걸어서 국경 너머 에티오피아에 있는 감벨라 지역으로 가는 것이라며 "환자는 살아서 또는 죽어서 그곳 병원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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