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플루티스트, 윤이상 곡 연주…보아는 '이매진' 공연
(판문점=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조우했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꼭 1년 만에 바흐의 첼로곡 선율이 울려퍼진다.
남북 정상의 기념식수 현장에선 분단의 '경계'를 살았던 작곡가 윤이상의 곡을 일본인 음악가가 연주하고, 판문점 선언이 탄생한 '평화의 집'에서는 1년 전과 같이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인 퍼포먼스 '먼 길'을 기획한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은 행사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판문점에서 취재진을 만나 퍼포먼스의 취지와 얼개를 설명했다.
탁 자문위원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담이 이뤄진 장소 6곳에서 한국·미국·일본·중국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치게 된다.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하고 '깜짝 월경' 장면을 연출했던 군사분계선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이 연주된다. 미국의 명 첼리스트 린 하렐이 연주를 맡는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소나무를 함께 심은 이른바 '소떼 길'에서 일본인 플루티스트 타카기 아야코가 작곡가 윤이상의 '플루트를 위한 에튀드'를 연주한다.
탁 자문위원은 "윤이상씨는 남북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곡가"라며 "곡의 내용이 현대곡이라 어렵긴 해도 그중 일부를 일본인 플루티스트가 연주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메리고라운드'(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공연도 진행된다.
판문점 정상회담의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도보다리' 대화 지점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바흐의 샤콘느를 들려준다.
탁 자문위원은 "(샤콘느는) 비장하면서도 따뜻하고, 날카롭기도 하고 상당히 여러 복잡한 감정과 표현이 있다"며 "가장 상징적인 이 장소에서 연주되는 게 좋을 것이란 판단 때문에 선곡했다"고 말했다.
이후 퍼포먼스는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던 공식 환영식장으로 향한다.
중국의 대표적 첼리스트 지안 왕이 이곳에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선사한다. 이곳에는 유영호 작가 '그리팅 맨' 조형물도 설치됐다.
지안 왕씨는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년에) TV로 그 (판문점 정상회담) 장면을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면서 평화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은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인 '바람의 빛깔'을 부르는데, '이해와 타협'의 메시지가 가사에 담겼다는 게 탁 자문위원의 설명이다.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아시아의 별' 보아는 평화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 노래인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시간의 퍼포먼스는 양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던 '평화의 집' 앞에서 마무리된다. 4·27 회담 당시 환송공연에 참여한 작곡가 정재일씨가 연주하는 가운데 소리꾼 한승석씨와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한데 어우러져 '저 물결 끝내 바다에'라는 제목의 공연을 펼친다.
환송공연 당시처럼 '미디어 파사드'(외벽영상)도 마련된다.
이곳에서는 이번 행사의 주제인 '먼 길'의 의미를 보여주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탁 자문위원은 전했다.
그는 "현재의 답답함과 안타까움도 이 먼 길을 꾸준히 걸어가면 결국은 '장강대하'를 만나지 않겠냐는 그런 의미를 담아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행사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독일 등의 대사급 인사를 포함한 주한 외교사절단과 유엔사 군사정전위 관계자, 서울시와 경기도 주민 등 500여 명의 내외빈이 초청됐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