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속 53분만에 산회…공수처 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불발
사개·정개특위 회의장 앞 '대치'…대대적 충돌은 피해
한국 "문재인 독재자" 외치자 민주 "박근혜 독재자" 응수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이보배 김여솔 기자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26일 전체회의는 사법개혁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고성이 난무했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9시 20분께 회의를 시작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전격 상정했지만, 여야 간 공방 끝에 53분 만에 산회했다.
이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 설전의 주제는 패스트트랙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개최에 대한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없었고 시간·장소를 미리 통보받지 못해 이날 회의가 '원천 무효'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당초 예정된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는 등 회의 진행을 방해한 것은 한국당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개특위 회의는 당초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의 봉쇄로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회의 자체가 무효"라며 "당당하다면 이렇게 도둑처럼 숨어서 장소를 옮겨가며 회의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정상적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없도록 문을 막고 방해하는 것은 한국당"이라며 "어쩔 수 없이 공간을 변경해 회의를 연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한국당은 사보임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을 대신해 '사보임 무효'를 집중 거론했다.
오 의원이 회의장을 찾아 발언권을 요구했지만 이상민 사개특위 위 위원장이 허용하지 않은 데다,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만큼 한국당 입장에서는 '우군'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오 의원의 강제 사임은 불법이다. 무효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아서 말해도 된다고 본다"며 "질병이 있는 것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에서 사보임을 두고 정당 내부의 임의적인 결정사항이라고 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라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패스트트랙 지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의결정족수 미달을 간파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막판에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 표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민 위원장은 "회의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표결을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산회를 선포했다.
앞서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전체회의의 오후 8시 개의가 예고되면서 두 특위 회의장 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미리 위원장 권한인 질서유지권을 발동,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20대 국회 들어 3, 4번째 발동된 질서유지권이었다.
이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은 개의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겨 당초 회의장인 국회 본관 220호를 찾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에 회의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입구에서 스크럼을 짜고 누운 채 민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독재 타도,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방해를 중단하라",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양측 대치 속 고성과 날선 말싸움도 오갔다.
민주당은 애국가를 부르는 한국당을 향해 "2절도 하라, 가사를 모르느냐"고 쏘아붙였고, 한국당은 "'빠루'(노루발못뽑이) 갖고 왔나", "빠루당" 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한국당이 "문재인 독재자"를 외치자, 민주당은 질세라 "박근혜 독재자"를 외쳤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은 '공수처 설치 국민의 명령', '국회법 제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징역 5년 또는 징역 7년', '공직선거법 제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피선거권 박탈'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었다.
비슷한 시간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국회 본관 445호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 앞 상황도 유사했다.
심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3당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이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렬로 막아서고 대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독재자', '헌법 수호',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여야 3당은 '회의 방해 징역 5년'으로 맞받았다.
심 위원장은 "길을 비키고 회의장 봉쇄를 풀어달라. 여러분은 국회법 제166조와 167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 당신들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지 않았나. 왜 법을 어기는가"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심상정 의원님 부끄럽지 않나.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선거제 개혁을 한 적 있나"라고 맞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고성과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치가 30분가량 계속되자 여야 3당 의원들은 회의장 옆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정개특위는 결국 전체회의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2명은 모두 불참했다.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보여준 '동물국회', '막장국회'에 따른 비판여론, 여야 간 불붙은 고소·고발전 등의 영향 때문인지 여야 모두 극한 충돌로 치닫지는 않았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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