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조직 NTJ 설립…IS 배포한 동영상서 충성 맹세
스리랑카 대통령 "테러리스트 발본색원 위해 모든 가옥 수색할 것"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최소 253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의 배후를 둘러싼 추측 속에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테러 현장에서 숨졌다는 당국의 발표가 나와 관심을 끈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이번 사건의 주동자인 자흐란 하심이라는 인물이 테러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급진주의 성향 성직자인 하심은 부활절 당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수도 콜롬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숨졌다는 게 시리세나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 일함 이브라힘이라는 다른 용의자와 폭탄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스리랑카 당국은 테러의 배후로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하고 이 조직의 설립자인 하심을 필사적으로 추적해왔다.
관리들은 확실한 신원 확인을 위해 발견된 시신의 일부에 대해 DNA(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며, 사망자 가운데 하심이 포함되어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심의 과거 행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스리랑카 동부의 해안 마을 카탕쿠디 출신인 그는 수년 전 스리랑카내 주류인 불교의 상징인 불상(佛像)을 훼손하는 조직의 일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그는 유튜브에 비(非)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폭력을 선동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추종 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심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도 일부 확인됐다. 그는 IS가 테러 후 배포한 동영상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8명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다만, BBC는 하심이 사건 발생 전에 IS와 직접 접촉했는지, 그저 충성 맹세만 한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충성 맹세 동영상이 촬영된 한 스튜디오를 급습해 IS 깃발과 동영상에 등장한 남자들이 입었던 옷 등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스튜디오는 콜롬보에서 동쪽으로 370㎞ 떨어진 사만수라이 마을에 있었다.
한편, 시리세나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가구를 하나하나 수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도 살 수 없도록 모든 가정의 거주자 명단을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인구가 2천100만 명에 달하는 국가에서 이 같은 작업에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해외 정보당국으로부터 자살폭탄 테러 계획에 대한 경고를 받고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높아가는 가운데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26일 밤늦게 사과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에게는 연대책임이 있고, 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들을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총리는 그러나 "우리가 (테러에 대한) 낌새를 파악하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즉각 사직서를 냈을 것"이라며 테러 모의를 미리 보고받지 못한 만큼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BBC에 말했다.
가톨릭 지도자들은 일요일에 있을 미사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신자들에게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물도록 당부했다.
또 정부는 이슬람 신자들에게 금요 기도회에 참석하는 대신 집에서 예배를 올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사원에서는 여전히 예배를 진행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