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선불유심칩 판매 4년6개월來 최고…대포폰 우려도 고조

입력 2019-04-28 06:01  

알뜰폰 선불유심칩 판매 4년6개월來 최고…대포폰 우려도 고조
선불폰 3월 가입자 18만6천명…1인 명의로 24회선 개통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알뜰폰 업계의 '선불 유심(선불폰)' 신규 가입자 수가 최근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의 선불폰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18만6천48명으로 2014년 9월(18만6천48명)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뜰폰 선불폰 가입자는 작년 12월 13만8천89명에서 올 1월 15만7천731명, 2월 16만672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3월에는 18만명을 넘어섰다. 넉달새 35%가량 급증했다.
선불폰은 95%가량 유심 형태로 판매되며 알뜰폰 업계의 판매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업체별로는 LG유플러스[032640]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선불폰 가입자 수가 지난해 11월 3천200명에서 올 3월 3배에 육박하는 9천353명으로 급증했다. KT엠모바일은 지난 3월 1만199명으로 같은 기간 29.1% 증가했고 SK텔링크는 1만2천64명으로 6.9% 늘었다.

이처럼 선불폰 판매가 증가하는 데에는 알뜰폰을 통해 1인당 4개 회선을 개통할 수 있는 규정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최대 4개 회선을 개통할 수 있어 30여 알뜰폰(MVNO) 사업자를 이용하면 1인당 100여개 회선을 열 수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MNO)는 이통3사를 모두 포함해 1인당 최대 6대까지만 회선 개통이 가능하다.
알뜰폰 업계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 판매점 사전승낙제 등 불법 가입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 수준도 이동통신 사업자에 비해 약한 편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한 사람 명의로 24회선을 개통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개통된 선불폰이 대포폰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는 선불폰 유심 구매를 위한 명의를 대여해 주면 건당 3만~5만원을 지급한다는 광고가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실제로 '선불 유심 내구제'(스스로 나를 구제)로 검색하면 대포폰·스팸폰 개통을 위해 명의를 빌리려는 무허가 사업자들이 다수 등장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일부 판매점이 선불 요금제 가입 때 제공된 고객 개인 정보를 이용해 고객이 가입 신청한 적 없는 추가 선불폰을 불법 개통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불법 개통된 대포폰은 폭력·성매매 조직 등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일 인터넷으로 모집한 일반인 350명의 명의를 빌려 대포폰 832대를 유통한 혐의로 조직폭력배 A(23)씨와 공범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알뜰폰 업체에서 선불 유심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국이 불법 선불폰 유통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 회선수 제한 등 불·편법 영업 방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며 "대포폰·스팸폰 등 선불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동일 명의를 활용한 다회선 개통을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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