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性 드러내며 전투력·단합력 높아져…나경원 "같이 죽고 같이 살자" 앞장
황교안·나경원 '투톱 리더십' 안정…대여투쟁 강화 속 계파갈등 희석 효과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달라졌다.
한국당은 그동안 '웰빙정당'의 대명사로 불렸다. 깊은 계파 갈등은 대여 투쟁력의 한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1야당다운 '야성'(野性)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지난 25∼26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를 막았다. 국회법 위반으로 '동물국회' '폭력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한국당은 '육탄 저지'를 위한 단일대오를 유지했다고 나름대로 자평하고 있다.
여야 4당이 지난 23일 패스트트랙 처리시한에 합의한 직후 28일 현재까지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 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 숙박 농성 자원자를 구하면서 "아무도 국회에서 주무신다는 분이 없다면 저 혼자서라도 자겠습니다"라고 했고, 의원들은 앞다퉈 손을 들며 자원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단식 릴레이 농성'에 나섰다가 '5시간 30분의 단식'이 알려져 '가짜 단식', '간헐적 단식', '웰빙 단식' 등의 비웃음을 산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지난 26일 민주당이 국회 폭력행사 등의 혐의로 의원 18명을 고발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한때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고발을 감수하면서 실력 저지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고발 이후 열린 의총에서 '원내지도부가 개별 의원의 고발을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나 원내대표는 "저도 고발당했는데 같이 죽죠. 같이 살고 같이 죽죠"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원유철(5선)·신상진·정진석·주호영(이상 4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고발 안 된 중진들이 앞장서자"며 의총 이후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점거의 최일선에 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짠 채 바닥에 드러눕고, 팔을 휘두르며 연신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외친 것도 보기 드문 장면으로 꼽힌다.
패스트트랙 대치가 시작된 지난 24일 장인상을 당한 황교안 대표는 곧장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들에게 "조문을 오지 말고 대여투쟁 상황에 집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상중인 지난 26일 새벽 상복 차림으로 국회를 찾아 점거 농성 중인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을 격려했고, 전날 장인상 발인 후에는 곧장 대규모 규탄대회가 열린 광화문으로 향했다.
당 일각에서는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대여 투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당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다.
4·3 보궐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투톱 리더십이 안정감을 찾고, '결집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점도 '전투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대여투쟁 깃발 아래 똘똘 뭉치면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해묵은 갈등이 누그러졌다는 말도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의총 등에서 의원들이 모일 때 친한 사람들이나 계파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 전체 의원들이 같이 먹고 자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계파를 초월한 일종의 전우애, 동지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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