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홍지연 부원장…"인력·자원 부족 안타까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모두 말렸어요. 한국에선 안 된다고, 망할 거라고. 그래도 3년을 버텼고 또 다른 기적을 만들고 있어요."
홍지연(42)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부원장은 29일 국내 유일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일해 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연 지 올해로 3년이 됐다. 2016년 4월28일 개원한 이 병원은 장애 어린이들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제때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도록 돕기 위해 건립됐다.
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치과·소아청소년과 등 4개 진료과와 재활 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탄생하기까지 시민 1만여명과 기업·단체 등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홍 부원장은 "병원이 문을 연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치료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병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재활의학을 전공한 홍 부원장은 대학 은사였던 이일영 초대 원장 권유로 이 병원에 몸담게 됐다.
홍 부원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대기 없이 치료받는 병원이 되겠다고 했는데 의료인력·자원 부족으로 대기 환자가 생길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힘들게 지어진 만큼 모든 직원이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일해왔다"며 "어떻게 하면 재활치료를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다른 병원과 차별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이른둥이' 지원 프로그램, 방학 기간 뇌성마비 어린이를 하루 1시간30분씩 집중적으로 운동시키는 프로그램 등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다.
홍 부원장은 운동 재활치료를 받은 한 중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뇌성마비로 태어난 이 학생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홀로 목발을 짚었고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다.
소아 재활은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고 한다.
성인은 아프거나 불편한 곳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하거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뿐 아니라 전문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홍 부원장은 "소아 재활 분야는 전문성을 갖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재활치료를 전공하더라도 소아 재활을 하겠다는 사람이 드물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며 아쉬워했다.
3년 동안 성과도 많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홍 부원장은 말했다. 빠듯한 병원 살림은 그중 하나다. 2017년 31억원이었던 적자가 작년에는 26억원으로 조금 줄긴 했지만 개선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홍 부원장은 "기부 후원이 병원 건립 초기와 비교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적의 병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우리 병원만 할 수 있는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 재활병원이라는 첫발은 디뎠어요. 어떤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도움 되는 치료를 할 수 있을까? '기적'을 위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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