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중 '상택지'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양주에 있으며 수락산 아래이다. 샘물과 바위의 경치가 빼어나다. 서울의 동쪽 요충지를 차지하여 가게와 객사가 줄지어 있다. 게다가 도성과 가까워 그곳에서 나오는 똥거름을 공급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후기 문신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는 성해응(1760∼1839)이 쓴 '명오지'를 인용해 누원촌(樓院村)을 이렇게 평했다. 누원촌은 오늘날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일대로 추정된다.
서유구가 펴낸 조선판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11번째 지(志)인 '상택지'(相宅志)에는 누원촌을 포함해 전국 233곳 명당 정보가 담겼다.
임원경제지 완역을 추진하는 임원경제연구소가 '상택지'를 우리말로 옮겨 출간했다. 상택지는 2권으로 나뉘는데, 권1은 '집터 살피기'(占基)와 '집 가꾸기'(營治)를 다뤘고 권2는 '전국의 명당'(八域名基)을 소개했다.
풍석은 집터 조건 중 지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일단 산을 등지고 호수를 마주하는 곳이 좋고, 깨끗하며 넓게 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과거에 절이나 사당, 대장간이 있던 곳과 군영이나 전쟁터였던 장소는 피해야 할 거처라고 주장했다. 도로, 신령 제단, 신상 앞, 불상 뒤, 부엌도 집터로는 나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황무지 개간, 나무 심기, 집 짓기와 배치 방법, 우물 파는 법도 상세하게 기술했다.
명당은 경기도가 82곳으로 가장 많고, 충청도와 강원도는 56곳과 42곳이다. 한반도 북쪽인 평안도와 함경도는 각각 3곳에 불과하고, 황해도도 5곳뿐이다.
경상도에서는 옥산(玉山·경주시 안강읍)과 도산(陶山·안동시 도산면) 등지를 추천했고, 전라도에서는 황산촌(黃山村·익산시 여산면), 서지포(西枝浦·군산시 나포면), 법성포(法聖浦·영광군 법성면)를 명당으로 꼽았다. 경상도와 전라도 명당은 25곳과 17곳이다.
연구소는 해제에서 "경기도와 충청도에 명당이 집중된 이유는 실제로 명당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사대부가 발탁됐을 때 곧장 관직에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풍석문화재단. 644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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