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사랑, 분노, 슬픔, 실망, 의심, 걱정…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끝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이들 감정은 내면에서 격렬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불쑥불쑥 삐져나오려 하지만,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억누른다. 내 아들이니까, 나는 엄마니까.
영화 '벤 이즈 백'은 조금은 특별한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다.
한참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하던 엄마 홀리(줄리아 로버츠 분)와 가족들. 이들 앞에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는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이 예고 없이 나타난다. 당혹스럽지만 아들을 반갑게 맞는 엄마, 두려운 눈빛을 보이는 여동생, 아들을 치료소로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남편까지. 벤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결국 홀리는 벤이 24시간 동안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에서의 하룻밤을 허락한다. 벤은 동생들과 즐겁게 놀아주며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듯하다. 그러나 벤이 돌아온 뒤 갑자기 집 유리창이 깨지고, 벤이 애지중지하던 개가 사라지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홀리와 벤은 늦은 밤 개를 찾아 나서고, 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색을 드러낸다. 홀리가 몰랐던 벤의 과거도 하나둘씩 드러난다.
영화는 엄마의 복잡한 내면에 주목한다. 홀리는 아들이 돌아와 기쁘면서도, 집에 있는 약통과 보석 등을 숨기기에 바쁘다. 벤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믿지 못해 안절부절못한다. 아들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날수록 홀리의 감정은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널뛴다. 아들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모성애를 시험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홀리는 끝내 아들의 손을 놓지 않는다.
잔잔한 드라마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범죄영화 못지않은 스릴과 긴장감을 준다.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연출, 각본 덕에 단조롭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들의 24시간을 따라가지만,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도 함께 상상하게 된다.
영화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로 인한 약물중독 문제 등을 짚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마약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장 같은 영화다. 본인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전체가 그 위험 속에서 놓인다.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은 줄리아 로버츠가 홀리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루카스 헤지스가 벤을 연기했다. 루카스는 이 영화를 연출한 피터 헤지스의 아들이다. 루카스는 아버지 작품에는 절대로 출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강력한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5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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