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라톤대회 "아프리카 선수 참가 금지"…인종차별 논란

입력 2019-04-28 19:00  

이탈리아 마라톤대회 "아프리카 선수 참가 금지"…인종차별 논란
주최측 "阿선수 착취로부터 보호 위한 것"…비판 쇄도하자 방침 철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북동부 항구도시 트리에스테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가 아프리카 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해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28일(현지시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트리에스테 러닝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내달 5일로 예정된 하프 마라톤에 아프리카 선수들은 참가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피비오 카리니 조직위원장은 "수준 높은 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착취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올해 대회는 유럽 선수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도덕한 코치들이 경쟁자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푼돈을 쥐여주고 대회에 참가시키는 등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상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인종 차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중도좌파 민주당의 소속 정치인 마르코 푸르파로는 "나치즘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36년에 히틀러도 하지 않던 짓"이라며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이사벨레 데 몬테는 "이런 종류의 결정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은 분노하는 것"이라며 "스포츠는 나눔과 통합, 평등, 존중이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이 어떤 교훈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포퓰리즘 연정에서 스포츠 업무를 관장하는 잔카를로 조르제티 정무장관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배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탈리아 육상연맹도 이번 일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방위적인 비판에 직면한 대회 조직위원회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카리니 위원장은 "기존 공지와는 달리 아프리카 선수들도 대회에 초청할 것"이라며 "(아프리카 선수들에 대한 착취에 대한)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제기했어야 했다. 우리로 인해 기분이 상한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작년 6월 반(反)난민, 반이민을 표방하는 포퓰리즘 정권 출범 이후 유색인종과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고조되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며 우려를 낳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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