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行 시도하다 발묶인 중미 이민자 위해 50만 달러 기부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7년 만에 다시 격화하는 리비아의 난민 수용 시설에 갇힌 사람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 삼종기도(레지나 챌리) 후 신자들에게 "지속하는 내전으로 이미 심각한 환경에 처한 리비아 난민 캠프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특히 여성과 어린이, 병자가 '인도적인 통로'를 통해 조속히 피신할 수 있게 되길 간청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29일 인도적인 보호가 필요한 난민을 항공기 편으로 자국으로 데려오는 소위 '인도적 통로'를 통해 리비아에 체류하는 난민 147명을 이탈리아로 이송할 예정이다.
리비아에서는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지난 4일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통합정부 병력과 LNA의 교전이 이어지며 다시 심각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27일에도 LNA 전투기들이 트리폴리를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아울러 최근 홍수로 큰 피해를 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으로 향하려다 멕시코에서 발이 묶인 중남미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 50만 달러(약 5억8천만원)를 기부했다고 교황청이 전날 발표했다.
이 같은 기부액은 가톨릭 교회가 자선과 구호를 위해 전 세계 교회에서 모으는 헌금인 '베드로 성금'에서 충당됐다.
베드로 성금 측은 성명을 내고 교황의 기부금이 멕시코 가톨릭의 16개 교구가 이주민들을 위해 진행하는 27개의 사업에 배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은 특히, 6차례의 캐러밴(이주민 행렬)을 통해 작년에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로부터 멕시코에 도착한 이주민 7만5천여 명에게 거주지와 생필품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드로 성금 사무처는 "이들 모두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한 채 집도, 생계 수단도 없이 발이 묶인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전쟁과 기아 등을 피해 정든 고향을 등진 이민자와 난민들을 선진국이 따뜻이 품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2013년 즉위 이래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교황은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도 여러 차례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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