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SNS 통제지침 나돌아…"정치적으로 민감한 글 전파 안돼"
'톈안먼 탱크맨' 묘사 홍보영상 논란에 '천녀유혼2' 주제가 삭제
후야오방 30주기 추모식 조촐하게 치러…노동절 특별 공휴일 지정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중국 5·4 운동 100주년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0주년을 앞두고 '기념시위' 등을 우려해 전방위적으로 통제 강화에 나섰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내용이 퍼지는 것을 강력히 통제함과 동시에 검문, 검색 강화 등을 통해 민감한 시기를 조용히 넘기려는 분위기를 보인다.
2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SNS에서는 여러 명이 등록돼 대화를 나누는 위챗 방에 중국 공산당과 국가에 불리한 글을 올리면 중국 정부로부터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떠돌고 있다.
또한, 법을 위반하고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은 최고 1~8년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면서 문제가 되는 위챗 방 관리자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상호 단속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10명 이상이 등록된 위챗 방은 자동 검열이 돼 민감한 글을 올리면 안 된다는 경고가 퍼지고 있다"면서 "특히 정치적인 글이나 지도자 관련 글은 올리는 즉시 삭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5~27일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베이징(北京) 전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30일 5·4운동 10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민심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5·4운동은 1919년 베이징 대학생들이 주도해 중국 전역으로 퍼진 친일파 처단 시위다. 중국 정부에서는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집회가 생길까 봐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 사건을 말한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 라이카 카메라는 최근 톈안먼 사태 당시 맨손으로 진압군의 탱크에 맞선 '톈안먼 탱크맨(Tank Man)'을 묘사한듯한 홍보영상을 만들었다가 곤욕을 치렀다.
영상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 진압군의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저지하려 한 톈안먼 탱크맨을 촬영한 AP통신의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를 염두에 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최근 애플뮤직 중국판, QQ뮤직 등 중국 내 유명한 음악 플랫폼에서는 '천녀유혼2'의 주제가로 널리 알려진 '인간도(人間道)' 노래가 자취를 감췄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젊은이가 분노하니 천지의 귀신이 운다. 대지와 강산은 어이하여 피바다가 됐나. 옛 땅은 어찌하여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됐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도를 작사·작곡한 황잔(黃霑)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노래가 톈안먼 사태를 다룬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인간도를 비롯해 중국 내 음악 플랫폼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다루거나 암시한 노래가 모두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톈안먼 사태를 기념하는 술을 만들었다가 체포돼 3년가량 구금 생활을 한 천빙(陳兵)은 최근 '사회소란죄'(사단도발죄)를 적용받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톈안먼 사태를 야기한 '개혁의 아이콘'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 30주기 행사 또한 가족 위주로 조촐하게 열렸을 뿐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는 어떤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후 전 총서기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5년 복권하고 기념식을 거행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후 전 총서기의 기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해 왔다.
이런 가운데 매년 홍콩에서 톈안먼 시위 추모 촛불 행사를 거행하는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은 최근 홍콩 몽콕 지역에 톈안먼 시위 기념관을 재개관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이어 세계 원예박람회, 아시아 문명과의 대화 등 5월에도 다양한 국제 행사를 이어가고, 근무일을 조정해 5월 1일부터 5일까지를 노동절 특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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