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9개지역 학생 비교 연구 결과 북미권이 유럽보다 허풍 성향 강해
연구원 "남·녀 임금격차의 한 이유일 수도…입사면접·업무성과 평가에 중요 고려사항"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어떤 분야에 대해 실제론 지식이나 경험, 전문성이 없으면서도 잘 아는 것처럼 흰소리를 해대는 허풍선이 성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경제 계층으론 중·하층보다 부유층에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어권 9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 결과에선 또 캐나다와 미국인들이 유럽 등 기타 지역 국가 사람들보다 더 허풍을 잘 떠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존 제림 등이 수행한 연구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북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등 9개 지역의 15세 남녀 학생들에게 16개 수학 개념에 관해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중 특히 '서술 분수(declarative fractions)' 같은 완전히 꾸며낸 개념 3개를 포함시켜 '들어본 적이 없다'에서부터 '잘 알며 이해하고 있다'까지 5개 등급으로 답하게 했다.
거짓 개념 3개에 대한 답을 분석한 결과, 9개 모든 지역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잘 아는 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 학생 간 표준편차의 차이가 대부분 지역에서 0.4-0.5 사이여서 통계학적으로 큰 차이가 났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남·녀 학생 간 표준편차 차이는 0.25로, 잉글랜드의 0.48의 절반에 불과해 적어도 "허풍 면에선 미국의 성 평등이 유럽보다 앞선 셈"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꼬집었다.
사회경제적 계층을 4개층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최하층 25%와 최상층 25% 사이에 스코틀랜드 0.65에서부터 미국 0.20까지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캐나다 학생들의 허풍 평균점이 각각 0.25, 0.30으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왔다.
결국, 같은 영어권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북미권이 유럽권보다 허풍쟁이 성향이 강하고, 그런 성향이 강한 나라들에선 남·녀나 사회경제 계층 간 차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나 `허풍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편화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이 지난 2012년의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자료를 활용, 다른 질문 항목에 대한 답변도 분석해보니, 허풍선이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과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힘든 과제에 대처하는 인내력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문항 자체가 수학 개념에만 국한된 점 등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인정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허풍도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술'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며 "허풍은 자주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면접, 협상, 혹은 장학금 신청 같은 때에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허풍선이 성향이 크다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 남녀 간 임금 격차 이유의 일부를 설명해줄 수도 있다"고 연구진의 한 사람인 니키 슈어는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기업이 면접이나 업무성과 평가 때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독일에 본부를 둔 노동경제학연구소(IZA) 웹사이트에 실렸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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