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바라보는 테너 도밍고, 메트 데뷔 50주년 기념무대

입력 2019-04-29 16:40  

여든 바라보는 테너 도밍고, 메트 데뷔 50주년 기념무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8세)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도밍고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뷔한 이후 어언 50년 동안 현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오페라측은 이를 기리기 위해 27일(현지시간) 조촐한 축하 잔치를 준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텅 빈 공연장의 무대 중앙에 테이블이 마련된 가운데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새로운 음악 감독인 야니크 네제-세갱 등이 그의 데뷔 50주년을 축하해 주었다.
테이블 옆에 선 도밍고는 "멀쩡한 목청,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은 행운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이 자리에서 노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익살을 부렸다.
도밍고는 자신이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 덕분에 세계 어느 오페라 공연장에서든 스타로 성장하고 지금도 그의 지도를 아끼지 않고 있는 우승자들을 만나곤 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도밍고의 절반에 불과한 음악감독 네제-세갱은 수년전 그와 인연을 맺은 시기를 회고했다. "(도밍고는) 날마다 가장 먼저 도착해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조언하고 리허설에 참여해 연습하기를 원했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이어 "그는 연습실에서 가장 존경받고 가장 사랑받으며 가장 열정적인 인물이었다"고 말하고 오페라 가수로서 장수한 점에서 "기적적인 분"이라고 덧붙였다.
도밍고는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52번째며 각국 공연을 망라하면 151번째에 해당한다. 다만 나이 탓에 현재는 테너를 포기하고 바리톤으로 노래하고 있다.
도밍고는 축하 잔치 테이블에 둘러선 하객들에게 50년 전 병이 난 가수의 대역으로 불려나가 엉겁결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을 당시의 일화도 들려주었다.
연락을 받은 그는 뉴저지주의 자택에서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핸들을 잡은 채로 노래하던 그를 보곤 옆 차선을 달리던 운전자가 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밍고가 창문을 내려 "왜 웃소?"리고 소리쳤고 그 운전자는 "메트로폴리탄에 갈 건데 이미 오페라를 듣고 있잖수"라고 대꾸했다. 도밍고는 그 말에 "당신은 오늘 저녁에 내 노래를 듣게 될 거요"리고 응수했다고 한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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