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KBS 강릉방송국이 오는 30일 오후 10시 1TV '시사기획창'을 통해 39년 전 침몰한 해경 경비정 '72정'의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한다.
해경 소속 60t급 72정은 1980년 1월 23일 새벽 5시쯤 강원 고성군 거진항 앞바다에서 200t급 207정과 충돌해 침몰했다.
72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과 전경 17명은 선체에 갇혀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후 72정이 어떻게 침몰했는지 등은 알려진 게 없다.
제작진은 72정 침몰 이후 조사에 착수한 해경의 수사기록 일체를 입수해 이번에 '39년 만의 귀환'으로 세상에 알린다.
피의자 신문과 진술 조서, 충돌 상황도 등 1980년 4월 9일 검찰에 송치한 총 11페이지 규모다.
당시 기록을 보면 사고 직전 72정은 거진항 동쪽 6마일 해상에서 경비 중이었다.
동해 합동작전지원소 지시에 따라 72정은 북쪽 대진항 연안으로, 항구에 있던 207함은 대진항 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잠시 뒤 새벽 5시 20분쯤 엇갈리던 두 함정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72정은 곧바로 침몰했고, 해경 대원 17명은 전원 실종됐다.
수사기록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수사기록에는 72정이 지시와 달리 적색 깜빡이 등을 켜지 않고 항해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사고 당시 항해하는 72정은 물론 침몰 장면도 본 대원이 없다.
유족들은 가해 함정의 대원들을 위해 실종된 72정 대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72정은 신군부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지 40여일 후 침몰했다.
신군부 시절 관계기관은 72정 침몰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영결식을 치렀다.
당시 해경 대원 17명은 전원 실종됐고, 해상 수색 작업도 끝나지 않아 시신 없는 영결식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당시 국가가 실종 대원들을 수장(水葬)시켰다는 입장이다.
해경과 내무부는 유족의 반발 등 집단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유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감시하고, 귀가할 때까지 경찰이 집까지 따라가게 했다.
17명이 실종된 사고는 신군부의 보도지침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속초해양경찰서는 최근 침몰 추정 지점에서 북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
dm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