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위해 자바섬 이외 지역으로 수도 이전 추진 결정
역대 정부도 추진했으나 매번 실패…일각선 회의론 고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주목된다.
29일 CNN 인도네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 집무실에서 '수도 이전 후속 계획'을 주제로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유숩 칼라 부통령과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 다르민 나수티온 경제조정부 장관, 스리 물랴니 재무장관, 밤방 브로조느고로 국가개발기획부 장관, 리니 수마르노 국영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수도 이전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카르타의 행정 기능을 타 지역으로 분산하거나 수도를 통째 이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시작부터 잘 준비한다면 위대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1천만명의 동남아 최대 도시 자카르타가 "정부와 공공서비스의 중심이자 비즈니스 중심지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면서 말레이시아나 한국, 브라질, 카자흐스탄처럼 지나치게 집중된 기능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간 콤파스는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 국가개발기획부가 ▲현상유지 ▲수도권 인근에 행정수도 건설 ▲자바섬 이외 지역으로 수도 이전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밤방 장관은 "첫 번째 방안은 자카르타에 여전히 기능이 집중된다. 둘째는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처럼 50∼70㎞ 거리에 행정수도를 건립하는 것이나 역시 자카르타 중심적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바섬 이외 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한다면 지역 간 경제 불균형 해소가 기대되지만, 토지 확보와 비용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섬에는 현재 인도네시아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다.
밤방 장관은 "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바섬 이외 지역으로 수도를 옮기는 세 번째 방안을 택했고, 그렇게 결정이 됐다"면서 "다만 새 수도의 입지는 정하지 못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과연 수도 이전이 실제로 추진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정부가 수도 이전을 검토했지만, 천문학적 비용 등의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언제나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식민통치 잔재를 씻어낸다는 의미로 국토 중앙에 해당하는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주(州)에 팔랑카라야(Palangka raya)를 건설하고 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후임자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새 수도를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했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역시 수도 이전을 검토했으나 현실화하지 못했다.
다만, 자카르타의 인구과밀과 난개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자카르타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는 바람에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다.
시내 차량 주행속도가 시속 8∼9㎞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차량정체와 상수도 보급률이 60%에 그치는 등 미비한 인프라도 문제다.
인도네시아 파자자란 대학의 공공정책 전문가 요기 수프라요기 수간디는 "자카르타는 더는 수도로서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자카르타는 경제에만 특화한 도시가 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