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조사가 참극 불렀나…의붓딸 성범죄 신고 노출(종합)

입력 2019-05-01 18:00   수정 2019-05-02 05:26

어설픈 조사가 참극 불렀나…의붓딸 성범죄 신고 노출(종합)
성범죄 신고접수 경찰, 계부와 사는 친모에게 사실관계 확인
경찰, 사건처리 과정 문제점 조사…절차 개선방안 마련 착수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중학생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30대 계부와 친모는 딸의 성범죄 신고 사실을 경찰로부터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성범죄 신고 내용을 친모에게 확인하면서 계부도 이를 알게 됐을 개연성이 커졌고 결국 의붓딸 살인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사건처리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는지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어설픈 경찰조사, 참극 불렀나…의붓딸 성범죄 신고 노출 / 연합뉴스 (Yonhapnews)
1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중학생 A(12)양과 친부가 의붓아버지 김모(31)씨를 성추행 혐의로 목포경찰서에 신고했다.
친부는 이혼한 아내인 유모(39)씨로부터 딸이 의붓아버지 김씨에게서 음란 동영상을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은 이튿날 A양 친모 유씨에게 이러한 신고 내용을 파악하고자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사건처리는 통상 신고자-피해자-피의자를 조사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경찰은 친모인 유씨도 신고자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단순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접촉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부가 피해 조사를 받으면서 A양 친모인 유씨와 계속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며 "담당 수사관은 친모가 이미 경찰 신고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증거자료 확보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유씨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의붓딸에게 음란 동영상을 보낸 계부 김씨의 행동에 대한 신고 상황을 경찰이 전화로 친모 유씨에게 알려준 상황이 돼 버렸다.
친모 유씨가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와 현재 부부 관계임을 경찰이 간과해 비극적인 사건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씨는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의 살인에 조력한 혐의를 받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아내인 유씨를 통해 신고 사실을 안 김씨가 복수심과 성범죄를 숨기려는 의도로 의붓딸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목포경찰서에서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록과 대응처리 등을 토대로 뭐가 잘못됐는지,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감찰 단계는 아니고 사실 확인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관할지 규칙을 지키고자 사건을 이송하는 동안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점도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목포경찰서가 의붓아버지 성범죄 의혹 사건을 광주청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중요한 수사 기록인 피해진술 속기록을 전자시스템이 아닌 우편으로 발송됐다.
성범죄 피해진술 기록이 이뤄지는 전국의 해바라기센터에는 지난달 15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가 설치됐다.
A양 피해진술 속기록 등 중요 자료는 킥스가 설치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에 출력문서 등 실물 형태로 해바라기센터에서 담당 수사관에게 인계됐다.
목포경찰서가 지난달 16일 우편으로 발송한 속기록 등 자료는 사흘 뒤 광주청에 전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 킥스의 전면 시행으로 서류발송에 따른 사건 이송 지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깝게도 A양을 잃었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개선방안을 찾는 중이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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