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영장 기각한 친모…경찰은 왜 살인 공범으로 봤나

입력 2019-05-03 10:17   수정 2019-05-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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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영장 기각한 친모…경찰은 왜 살인 공범으로 봤나
살해 현장 젖먹이가 보자 기저귀 가방으로 얼굴 가려…시신 버리러 간 남편 신고 안 해
친모 "나도 무서웠다"…법원 "범행가담 소명 부족하다" 기각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당한 딸의 친어머니를 경찰은 핵심 진술을 토대로 살인 공범으로 결론 내렸으나 법원이 범행가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범행 공모를 입증할 근거가 폐쇄회로(CC)TV나 통신기록 등 물적 자료가 아닌 부부 사이에서 내밀하게 이뤄졌을 소통으로 보고 추가 진술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3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입건된 유모(39)씨는 재혼한 남편 김모(31)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무안의 농로에 세워둔 승용차 뒷좌석에서 딸(12)을 살해할 때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살해 당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생후 13개월 된 아들도 조수석에 설치된 유아용 카시트에 있었다.
김씨가 딸을 목 졸라 살해하던 순간 젖먹이 아들이 뒤를 돌아보자 유씨는 기저귀 가방으로 아기의 시선을 가렸다.
'애가 못 보게 해'라는 남편의 요구에 유씨가 응한 것인데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상황은 부부가 공통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젖먹이 친아들의 시선이 살해 당시 김씨의 심리적 장애 요인이었고, 장애 요인을 제거한 유씨 행동은 범행가담근거라고 판단했다.
살해 직전 승용차 밖 농로 사이에서 오간 부부의 대화에도 경찰은 주목했다.
김씨가 운전한 승용차가 농로에 도착한 뒤 부부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잠시 차에서 내렸다.
남편 김씨는 '내가 죽일 테니까 차 밖에 있든지 안에 있든지 알아서 해라'고 유씨에게 말했다.
유씨는 남편 뒤를 따라 운전석에 올랐는데 자동차를 운전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부부가 경찰 조사에서 공통으로 진술한 내용이다.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유씨는 '남편이 어린 아들도 죽이고 나도 죽일 것 같아서 무서웠다' 등 취지의 발언했다.

경찰이 유씨에게 사체유기 방조 혐의까지 적용한 근거는 살해 현장에서 광주 북구 자택으로 돌아온 직후 이뤄진 부부간의 행동과 대화다.
벽돌이 가득 담긴 마대 자루 등 도구를 챙겨 나서는 김씨가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유씨에게 말했다.
유씨는 남편이 밤새 딸 시신을 유기하고 이튿날 아침 돌아오기까지 경찰 신고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딸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버리고 온 남편을 용서하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부부는 김씨가 딸 시신을 버린 이후 유기 현장인 저수지를 3차례 찾아갔다.
시신이 물속에 가라앉지 않은 상황을 확인하고, 시민 두세명이 물 위에 뜬 시신을 보며 웅성거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경찰차 3대가 도착한 상황을 목격했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유씨가 13개월 아들을 돌봐야 하니 남편 김씨가 모든 책임을 떠안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시신 유기에서 발견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부부는 엇갈림 없이 경찰에 진술했다.
법원은 현재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청구한 유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집된 증거자료만으로는 유씨가 딸의 살해를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사체유기 방조와 관련해서도 소명이 부족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이나 휴대전화 위치 정보 등 물적 증거로 드러난 동선이나 객관적인 사실은 부부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유씨가 남편의 위협을 받은 것인지 스스로 가담한 것인지를 밝히는데 추가 진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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