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기구 패스파인더 보고서…"사법제도 개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사법제도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평화·공정·포용 사회를 추구하는 비영리 기구 패스파인더가 29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6%인 51억명이 사법 시스템에 '의미 있는 접근'(meaningful access)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5분의 1인 15억명은 토지 소유권 분쟁이나 개인 채무, 범죄 등과 같은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또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극도의 불공정한 환경에 노출된 이도 2억5천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와 무국적자 각각 4천만명, 1천200만명이 포함돼 있다.
불안 요인의 수위가 너무 높아 사법 시스템의 도움을 구할 수 없는 국가나 공동체에 소속된 인구도 2억명에 달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소수 민족, 빈곤층 등이 이러한 사회의 최대 피해자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여성의 경우 조사 대상자 절반가량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대판 노예로 불리며 강제 노동 등 각종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이들 가운데 40%는 어린이였다.
보고서를 집필한 '공정한 사회를 위한 특별위원회'(Task Force on Justice) 공동 의장인 히나 질라니는 이러한 '정의의 격차'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불평등과 권력의 편차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여성들과 아이들, 그리고 다른 취약 계층이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의 직격탄을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사법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사회적 분쟁과 불안정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일례로 과테말라의 경우 범죄·부패 등에 대처하고자 사법제도를 재건한 결과 살인 범죄가 5%가량 감소했다.
사법제도의 비용 대비 효과는 교육·의료 등 기존 사회복지제도에 못지않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저소득 국가에서 기초적인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20달러로 초·중등 교육(41달러)이나 건강관리(76달러) 비용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사법제도를 개선하면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한 지출과 관련 스트레스 질병 가능성이 줄면서 연간 수십억 달러, 국가에 따라서는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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