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서 4일간 '로야 지르가' 진행…부족 대표·정치인 등 참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관련 의제를 도출하기 위해 3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를 개최했다.
30일 아프간 톨로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전날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조건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 '로야 지르가'(국민대회의)가 열렸다.
이번에 열린 로야 지르가는 4일간 이어지며 아프간 전역에서 부족 대표, 종교 지도자,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했다.
지르가는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회의를 뜻하며 로야 지르가는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소집된다. 가장 최근의 로야 지르가는 2013년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외국군 철수, 영구 정전 추진, 여성 기본권 및 언론 자유 보장 등 평화협상 관련 세부 의제와 각 집단의 입장이 논의됐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위해 회담 주제를 구체화하고 싶다"며 "여러분에게서 조언을 듣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과 일부 부족장은 재선을 노리는 가니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로야 지르가를 개최했다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는 그간 "미국의 꼭두각시와 머리를 맞댈 수 없다"고 버틴 탈레반 때문에 평화협상에서 배제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아프간 정부-탈레반 간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다.
막판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 19일 카타르 도하에서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후 처음으로 탈레반과 대규모 아프간 정부 협상단이 참여하는 회담이 추진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1만4천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습으로 정권에서 쫓겨난 상태다.
이후 아프간 곳곳에서 정부군과 미군을 상대로 공격했으며 최근 세력 회복에 성공, 아프간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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