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신임사장 "공익성 구현할 것…유료회원 10만명 확보"

입력 2019-04-30 12:54   수정 2019-04-30 14:07

예술의전당 신임사장 "공익성 구현할 것…유료회원 10만명 확보"
"대학로 구멍가게서 왔다는 우려 안다, 3년 내 국고보조율 50% 달성"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유인택(64) 예술의전당 신임사장은 30일 "임기 3년 안에 국고보조율 비율을 50%로 높이고 유료회원 10만 명을 달성하겠다"며 재정 건전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2일 취임한 유 사장은 이날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익성을 구현하려면 결국 재정이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 1년 예산 440억원 중 120억원이 국고보조, 320억원이 자체사업으로 조달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세종문화회관조차 재원 50% 이상을 서울시에서 보조하는데, 국가대표 극장의 국고보조율이 25% 수준인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예술의전당은 결국 대관사업에 치우치지 말고 제작극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재원 조성을 해야 하는데 최고경영자(CEO)로서 결론은 기승전'돈'이더라"라며 "재무구조가 개선됐을 때 국민이 제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재원 활용계획도 밝혔다.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로 연극계, 공연계에서 활동한 유 사장은 문화계 현장과 접점이 넓은 편이다. 국내 최초 문화콘텐츠 벤처캐피탈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를 설립했던 독특한 이력도 있다.
그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흔히 주어진 공적예산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온실에서 집행하는 것만 몸에 배었을 텐데, 저는 민간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평생 '을'로 살며 고개를 숙여봤기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후원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후원처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중소벤처기업 등으로 법인회원 가입 범위를 넓히고, 연간 10만원씩 납부하는 유료개인 회원을 2022년까지 10만명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 도입도 검토한다.
유 사장은 "30∼40년 전에는 '예술은 고고하니 천박하게 돈 번 너희들이 당연히 예술을 후원하라'는 게 우리 사회 모습이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영화계 출신이어서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외부 지적에는 몸을 낮췄다.
유 사장은 "대학로에서 소극장 운영하던, 소위 구멍가게 운영하던 사람이 클래식·오페라·미술을 아우르는 예술의전당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알고 있다"며 "40년간 쌓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일부 대형 클래식·뮤지컬 기획사가 예술의전당 대관을 독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 사장은 "대관 심사위원이 누군지 아직 깊이 파악하진 못했다"면서도 "다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채울 수 있는 뮤지컬 기획사가 많지 않다. 블루스퀘어 등 다른 뮤지컬 전용극장이 많아서 오히려 예술의전당은 조건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남북문화 교류 계획과 대중문화인들에게 예술의전당을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유 사장은 내부 단속과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금 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술의전당이 관여하는 행사에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성(性) 비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상주단체들과 협업을 강화해 제작작품도 늘린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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