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노트르담 재건 '속도전'…전문가들 "시간 가져야"

입력 2019-04-30 17:17  

마크롱, 노트르담 재건 '속도전'…전문가들 "시간 가져야"
건축가·학자 등 1천170명 프랑스 일간지에 공개서한 발표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화재로 훼손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5년 내 마치겠다며 속도전에 나서자 전 세계 건축가와 학자, 환경 보호론자 등 1천여명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프랑스 24 방송 등에 따르면 건축가 등 전문가 1천170명은 전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노트르담 재건을 서두르지 말라고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당신이 정치적 일정에 따라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을 알고, 훼손된 노트르담 대성당이 프랑스의 이미지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에 일어날 일은 그들 모두가 이러한 마감 시한을 훨씬 뛰어넘어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면서 이 작업의 결과는 정부와 세대를 초월할 것이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노트르담 대성당을 어떻게 재건할지 발표하기 전에 역사가와 다른 전문가들이 진단할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인물 중 한 명인 예술 역사가 에티엔 하몽은 "우리는 역사상 여러 차례 유사한 재난을 겪었지만, 특별법까지 필요로 했던 적은 없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몽은 대성당 재건을 서두를 경우 전문가들이 향후 나타날 장기적인 피해를 충분히 진단하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품질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빨리 진행될 수 있지만, 그러한 건축물을 복원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인물 중에는 케임브리지대와 코톨드 미술학교, 예일대 등 영국과 미국 대학교 학자를 비롯해 독일, 일본인 등도 포함됐다.


프랑스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 15일 저녁 발생한 화재로 18세기에 복원한 첨탑이 무너지고 12세기에 세워진 지붕의 목조 구조물이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붕괴하는 피해를 보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 전까지 노트르담의 복구를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정부는 24일 주례 국무회의에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과 관련한 특별법안의 골자를 상정하고 부처 간 협의에 착수했다.
시베스 은디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노트르담 재건 공사를 보다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관련 건축절차 일부를 생략하는 방안을 포함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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