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곡 채운 첫 앨범 'PVC'…윤종신 "묵직한 음악, 악기 실력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프로듀서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스토리에 몸담은 지 5년. 우리 나이로 28세이니 늦깎이 데뷔다. 또래 실용음악과 학생들 사이에선 '재야 고수'로 이름나 있던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퍼센트(본명 변영수) 얘기다.
그간 미스틱 음원 프로젝트 '리슨'을 통해 자작곡을 선보인 그가 30일 자기 이름으로 첫 앨범 'PVC'를 내놓았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서대문구 연희예술극장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는 오랜 담금질 끝에 첫발을 떼는 퍼센트를 응원하고자 윤종신과 미스틱스토리 조영철 대표, 앨범에 참여한 멜로망스 정동환과 수민이 자리했다.
작업실에서 공들인 곡들을 세상에 꺼내놓는 퍼센트 첫 소감은 "정말 행복하다"였다.
2014년 윤종신에게 퍼센트를 소개해준 사람은 당시 미스틱 소속 가수 장재인이었다.
"재인이가 같은 과(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음악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했죠. 그 학교 정원영 교수에게 물어보니 '음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라고 보증했어요."(윤종신)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퍼센트는 중학교 때 한국으로 건너와 대학에 진학했다. 퍼센트란 예명은 본인이 붙였다.
"%(퍼센트)란 기호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 벽에 동그라미 두 개가 있는데 그게 저라고 생각했어요. 하나는 원래 내성적인 저와 하나는 음악할 때 열정적인 저이고 이 모든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퍼센트)
앨범 제목 'PVC'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비닐 소재 PVC에서 착안했다.
퍼센트는 "요즘 투명한 재질의 PVC 가방이 나오는데, 그 안에 뭘 넣느냐에 따라 멋지게 보일 수도, 비닐 가방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속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제 얘기로 채운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생각은 인트로 트랙 'PVC'에 영어 가사로 담겼다.
"퍼센트의 음악색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란 윤종신의 말처럼 그의 자작곡들은 단색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재즈풍 선율과 힙합, 가스펠과 힙합 등 개성 강한 장르를 세련되게 섞었다.
사랑을 테마로 한 더블 타이틀곡 '캔버스 걸'(Canvas girl)과 '래빗 홀'(Rabbit Hole)은 정동환과 함께 작업했다. 둘은 9년 전 '음악을 잘 한다'는 소문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동환은 "캔버스가 도화지인데, 퍼센트가 그리는 그림을 가장 잘 설명한 곡"이라며 "재즈 기반의 피아노 반주를 만들고 (미디 프로그램으로)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넣어보며 둘이 만난 지 얼마 안 돼 뚝딱 곡이 나왔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들은 혼자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동환 씨와 작업하며 그 생각을 내려놓았어요. 동환 씨는 이런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며칠도 안 돼 반주 트랙을 만들어왔죠. 거기에 제가 노래를 불러보고 작사한 뒤 같이 만나 편곡을 했어요."(퍼센트)
앨범에는 전반적으로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흐른다. 그중 '다운타운'(Downtown)은 이별 노래는 정적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가 들려온다. 퍼센트는 "이별 노래가 꼭 슬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단다.
오랜 시간 퍼센트를 지켜본 이날 참석자들은 저마다 그의 재능을 극찬했다.
윤종신은 "퍼센트를 처음 봤을 때 '힙'한 음악은 날렵하고 이지리스닝 느낌이 강한 곡들이었는데, 퍼센트 음악은 묵직했다"며 "내면에 깔린 성향이 마냥 가볍지 않았다. 흡입력 있는 목소리와 화법이 있고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 등 악기 연주 능력도 뛰어난 뮤지션"이라고 칭찬했다.
퍼센트와 대학 동기로 '래빗 홀'에 피처링한 수민은 "둘이 보컬 텍스처가 비슷해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며 "음악 스펙트럼이 넓고 다재다능해 자극을 받는다"고 치켜세웠다.
퍼센트는 대중에게 사랑받으면서 오랜 시간 음악 하는 윤종신을 롤모델로 꼽으며 작업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번은 윤종신 PD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어요. 가사를 써서 보여드렸더니 '넌 어떤 이야기를 하는 친구'냐고 물으셨죠. 그런데 제가 대답을 잘 못 했거든요. 며칠 뒤에야 '지금 이 순간을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퍼센트)
윤종신은 "퍼센트가 속에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인데 우리 말로 표현이 안 돼 고생했다"고 떠올렸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에요. 전 미스틱 뮤지션들이 음악가이자 작가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정색하고 화를 냈죠."(윤종신)
그러자 퍼센트는 "윤종신 형님과 참여해준 친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음악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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