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소집, 30일부터 부산대서 시즌 대비 훈련 시작
(부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금 코치가 모이라고 했는데 몇 명이나 뛰어왔어, 다시 원위치!"
유영주 감독의 호통이 텅 빈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렸다.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는 여성으로만 선수단을 구성해 화제가 된 팀이다.
6월 중 창단식을 열 계획인 BNK는 지난달 유영주 감독과 양지희, 최윤아 코치 등 코칭스태프 전원을 여성으로 꾸렸고 이후 트레이너와 매니저도 2명씩 여성으로만 선발했다.
여기에 선수 14명까지 총 21명이 여성이고 전력분석원 허윤성 씨 혼자 남자다.
유영주 감독은 "허 선생님은 전력분석도 하면서 훈련 때 가상 외국인 선수 역할도 해야 하므로 남자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영남 지역 연고 팀인 BNK는 29일 선수단을 소집, 몸 상태 등을 테스트한 뒤 30일 오후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 국내 여성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BNK가 최초다. 여성 감독 자체가 많지 않았던데다 코치와 지원 스태프까지 전원 여성으로 꾸린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은 '여자니까…'하는 생각이 양성평등 사고에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지만 어쩐지 '전원 여성 선수단'의 훈련은 다른 팀들에 비해 분위기도 부드러울 것 같은 선입견이 괜히 생겼다.
그러나 훈련 시작한 지 불과 20여분 만에 선수들은 무릎에 팔을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는가 하면 숨이 가빠 준비된 휴지로 코를 풀어대기 바빴다.
유영주 감독도 냉기가 도는 체육관에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내 후드티 상의를 벗어 던지고는 선수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훈련 첫날을 보냈다.
선수들끼리 몸을 맞부딪히는 훈련에서는 살살 부딪히는 선수들을 향해 "장난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제대로 연습할 것을 주문했다.
유영주 감독은 "어제 선수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휴가 때 운동이 제대로 돼 있지 않더라"며 "원래 계획대로 훈련하다가는 전부 부상으로 쓰러질 판이라 훈련 일정을 전부 새로 짰다"고 계획보다 훨씬 강도를 낮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는 특유의 화통한 농담과 함께 "이따가 휴식 시간 줄 테니까 조금만 더 하자"고 '엄마 리더십'을 보이기도 한 유 감독은 "작년에 오펜스 리바운드 내주는 거로 1등 했는데 이런 거로 1등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선수들의 자존심을 은근히 자극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조은주, 한채진 등 팀내 고참들은 아직 팀 훈련에 합류하지 않았다.
젊고 출전 경력이 많지 않은 선수들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다 보니 더 절박한 분위기도 훈련장에 가득했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못 나간 팀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내년에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며 '여자끼리 새 출발'하는 BNK 농구단의 첫 훈련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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