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쇼 '푸에르자 부르타' 프레스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지난 23일 개막한 아르헨티나 넌버벌쇼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점잔 떨며 볼 공연이 아니다.
무대와 객석, 천장과 벽의 경계는 없다. 배우와 스태프의 구분마저 모호하다. 관객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기발한 퍼포먼스와 짜릿한 상상력을 맘껏 즐기면 된다. 조건은 단 하나. 절대 가만히 있지 말라는 것.
30일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에서 프레스콜로 만난 '푸에르자 부르타'는 흰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배우가 러닝머신 위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으로 출발했다.
배우는 물줄기, 상자 더미, 식탁과 의자 등 온갖 장애물을 맞으면서 달리고 또 달린다. 어느덧 넥타이는 구겨지고 바지춤의 셔츠는 삐져나온다. 그러다 허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땐 절로 '헉' 소리가 난다.
여성 배우 두 명은 벽을 뛰어오르며 고막을 찢는 듯한 함성을 지른다. 거대한 흰 천이 관객들의 머리를 모두 덮으면, 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배우들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광란의 퍼포먼스는 언뜻 한국의 무속 의식을 닮은 듯하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인 '푸에르자 부르타'는 삭막한 빌딩 숲에서 사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다. 슬픔, 절망으로부터 승리, 순수한 환희까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언어가 아닌 강렬한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배우 파트리시오 사욱(Patricio Sauc)은 공연 시연을 보인 뒤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며 "관객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명과 음악, 특수효과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러닝머신을 뛰는 행위가 춤이라기보다 노동으로 보였다는 감상평에 "달리기는 반복되는 삶을 의미한다. 우리는 때로 인생에서 장애물을 만난다. 뛰어넘을 땐 희열도 느낀다"며 "연출자 디키 제임스는 아마 일상을 뛰쳐나와 자유를 만끽하는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제가 이번 공연에서 얼마나 뛰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 6㎞쯤 될 것"이라며 "연기 연습은 물론이고 호흡법과 육상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응 좋기로 유명한 한국 관객의 열렬한 참여에도 감사를 표했다.
여성 배우 야밀라 마리아 트라베르소(Yamila Maria Traverso)는 "한국 관객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관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 우리 목표인데, 공연을 펼칠 때마다 멋진 반응을 보여주셔서 저도 신난다"고 말했다.
또 "우리 공연은 관객의 역할이 스태프나 배우만큼 중요하다. 관객도 공연의 일부인 셈"이라며 "공연할 때마다 오는 분들이 달라지면 우리 연기도 바뀐다"고 말했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된 이후 36개국 63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지금까지 650만명을 동원한 화제작이다. 한국 공연은 2013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H.O.T. 출신 장우혁과 모델 겸 배우 최여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우로 출연한다.
이번 서울 공연은 8월 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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