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마두로 퇴진압박 무력카드 꺼내…베네수 정국 시계제로

입력 2019-05-01 05:47   수정 2019-05-01 09:56

과이도, 마두로 퇴진압박 무력카드 꺼내…베네수 정국 시계제로
평화적 퇴진운동서 무력방식 선회…"임시대통령 선언 후 가장 심각한 도전"
군부 지지 확보에는 실패한 듯…정권의 과이도 체포 독려 계기될수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운동을 주도해온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길거리로 나서 군사 봉기를 시도하면서 베네수엘라의 '한나라 두 대통령' 정국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였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뒤 미국의 강력한 지지 속에 마두로 정권 퇴진운동을 벌여온 과이도 의장은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 올린 트위터 동영상에서 '자유 작전'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거리로 나온 군인들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팔뚝에 푸른 띠를 찬 수십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장갑차 몇 대에 둘러싸인 채 동영상에 나왔다.
특히 동영상에는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멘토로 2014년 반정부 시위를 조장한 혐의로 체포된 후 실형을 살다가 2017년 7월부터 가택 연금 중인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도 함께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군 장갑차, 시위대 향해 돌진…과이도 군사봉기 시도 / 연합뉴스 (Yonhapnews)
로페스 전 시장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에 도전하며 대권에 도전했던 야권의 유력 정치인으로 그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로페스는 마두로 정권이 물러날 경우 실시될 차기 대선에서 야권 대표 주자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날의 군사 봉기 시도는 과이도 의장이 올해 초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평화적이며 외교적인 압박 대신에 무력적인 수단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1월 23일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관철 운동을 벌여왔다.
과이도 의장은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후 지난 2월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원조 반입을 추진하면서 정부와의 갈등에도 최대한 평화적인 시위를 촉구했다.
지난 3월 대규모 정전 혼란 속에서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기 위한 시위도 대체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평화적인 시위에 호소해왔던 과이도 의장이 군사 봉기를 시도하며 군부의 동참을 촉구한 것은 마두로 정권이 군부의 지지를 토대로 권좌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퇴진운동에 기폭제가 될 만한 특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후 군부의 지지가 정권 교체의 핵심이라고 판단, 군부가 정권에서 이탈해 야권을 지지해줄 것을 줄기차게 촉구해왔지만 군 수뇌부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전략 변화가 절실했던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과이도 의장의 군사 봉기 시도를 '대담하면서 위험한 시도'라고 진단했다.

과이도 의장의 희망대로 군부가 군사 봉기에 나서면 정권 퇴진을 앞당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군부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면 과이도 의장이 체면만 구기면서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부 봉기 시도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경우 마두로 정권의 과이도 의장 체포를 한층 독려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서 마두로 정권은 과이도 의장의 의원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과이도 의장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보기관은 과이도 의장의 측근인 비서실장과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해온 야당 의원을 체포하면서 과이도 의장을 향한 포위망을 좁혀왔다.
다만, 마두로 정권은 쿠데타와 폭력 조장, 헌법 질서 파괴 등을 이유로 과이도 의장을 체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지만 '과이도 의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경고에 멈칫거리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번 군사 봉기 시도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 간 충돌이 발생한 만큼 과이도 의장을 포함한 야권이 5월 1일로 예정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의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권 퇴진의 핵심 요건인 군부의 지지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번 군사 봉기 시도가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과이도 의장이 추진한 가장 심각한 도전였지만 다수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광범위한 군사 반란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과이도가 군사행동으로 마두로를 축출하는 시도를 할 것을 암시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반정부 세력의) 시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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