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서 온 문화, 중국 통해 한반도 거쳐 일본에 닿아"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1일 시작된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시대의 연호 '레이와'(令和)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저명한 학자가 평화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고대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 연구의 일인자로 불리는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90)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없었던 헤이세이(平成) 시대의 계승을 강조했다.
나카니시 명예교수는 "근대는 전쟁에 이어 전쟁이었다"며 "1945년에 겨우 거기에서 해방돼 간신히 평화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헤이세이 시대는 전쟁이 없는 30년간이었다'고 거론한 것에 대해 "그것을 '그레이드 업'(일본식 조어로, 영어로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오늘의 사명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와 시대에 일본이 어떤 국가를 지향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메이지(明治) 시대 전반까지 일본은 밖으로 팽창하지 않고 소국(小國)으로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며 "그런데, 일본은 도중에 스스로 대국(大國)이라고 오해를 했다"면서 "지금 다시 한번 소국주의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국이란 이른바 진주 같은 국가"라며 "진주는 어디에 뒹굴어도 빛나고 있다"고 밝힌 뒤 "평화헌법에 그러한 빛남이 있다"며 "빛나고 있지 않으냐. (평화헌법) 9조가"라고 반문했다.
평화헌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헌법 9조는 전쟁·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군사 대국화를 가속하는 아베 총리는 여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레이와의 의미에 대해 "흐릿한 평화가 아니라 아름다운 평화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쟁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일본인만) 310만명이 그 전쟁에서 죽었다. 죽임을 당했다"면서 "그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뒤 "전쟁이라는 것은 완전하게 개인의 말소(抹消·지워버림)"라고 지적했다. 310만명은 일본 정부가 매년 2차대전 패전일(8월 15일)에 추도 대상으로 삼는 전사 군인과 군무원,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을 포함한 숫자다.
그는 이어 "'5만의 병사'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人)을 붙이지 않는다"며 "죽임을 당하다, 묻히다, 잊히다… 모두 수동형"이라고 지적했다.
나카니시 교수는 또 "서(西)에서 온 문화가 중국을 통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닿았다"며 "일본에서 퓨전(융합)돼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뒤 "융합만큼 느긋하고 풍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나카니시 교수는 자신이 새 연호 고안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은 만요슈를 출전으로 하는 레이와는 그가 고안한 것이라고 앞서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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