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3배 크기 모잠비크 휴양섬, 사이클론에 '초토화'

입력 2019-05-02 11:52   수정 2019-05-02 15:13

여의도 3배 크기 모잠비크 휴양섬, 사이클론에 '초토화'
"주민들 사이클론 올때 날아갈까 기어 다녀"…41명 사망, 23만명 피해
폭풍우로 헬기 등 발 묶여 구호품 수송 차질…"물 빠지기만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사이클론 '케네스'가 강타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인도적 위기와 함께 홍수 등 2차 피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이클론으로 모잠비크 북부의 유명 휴양지인 마테모 섬과 이보 섬 등에 큰 피해가 닥쳤다.
면적이 24㎢에 달하는 마테모 섬은 여의도(8.35㎢) 세 배 크기로,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낚시·다이빙 명소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들이닥친 케네스의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면서 섬 전체가 초토화됐다.
최근 이 섬을 답사한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관계자는 "사이클론으로 섬이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 그들은 사이클론이 닥쳤을 때 일서어면 날아갈 수 있어 땅을 짚고 기어 다녀야 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사이클론 와중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던 한 여성이 5살짜리 아이를 안고 뛰어가다 넘어지면서, 아이가 압사했다는 끔찍한 소문도 나돈다.

[로이터]



최대 시속 280㎞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케네스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41명, 이재민은 23만4천여명에 달한다.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구호의 손길이 닿지 못한 지역이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이클론이 할퀸 카보 델가도주 주도인 펨바와 주변 지역은 집들이 무너져내리고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쑥대밭이 됐다.
지붕이 날아간 가옥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도로에는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흩어져 있는 등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사이클론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이재민들의 생명줄인 구호 물품 수송은 더디기만 하다.
사이클론 이후 이어진 폭풍우로 통신이 두절된 것은 물론 구호 항공기와 헬리콥터까지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재난 5일 만인 지난달 30일 피해 지역인 퀴산가와 인근 이보 섬 등에 처음으로 비상식량과 의료 물품 등이 전달됐으나 현지 수요를 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통이 열악한 외진 지역과 작은 도서 지역의 경우 사정이 특히 심각하다고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속 구호단체인 'ER24' 한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 식수, 혹시 있을지 모를 전염병 등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퀴산가의 교사 양성학교 교장인 에르네스토 파리보스는 사이클론으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면서 학교 건물에서 학생·직원 80여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로이터에 "이번 주말쯤 식량이 바닥날 것 같다"며 불어난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 폭우는 다소 잦아든 상태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비가 예보돼 홍수 피해도 우려된다. 많은 강이 1일이나 2일께 범람 수위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수천 명이 여전히 범람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긴급 이주 등 대책을 촉구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지난 3월에도 사이클론 이다이가 중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600명 이상이 죽고 200만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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