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여러분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팀 색깔의 차이입니다. 또 만납시다."
2일 오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식당. 정정용 감독을 필두로 23명의 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아침 식사에 나섰다. 바로 U-20 월드컵에 나설 21명의 최종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어서다.
아침 식사를 끝낸 정 감독은 23명의 선수를 모두 불러모은 뒤 팀 미팅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 소집훈련을 치르면서 사령탑으로서 느낀 소회를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후 정 감독은 개별적으로 5명의 선수를 차례로 불러 개인 면담을 했다. 최종명단 21명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정 감독은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너희가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게 아니다. 팀 색깔과 맞지 않아서일 뿐이다"라며 "이게 끝이 아니다. 대표팀에서 계속 만나자"라고 다독였다.
정 감독은 지난달 22일부터 23명의 선수를 파주NFC로 소집해서 국내 훈련을 시작했다. 폴란드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선수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출발이었다.
이미 해외파 5명의 선발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파 선수들의 경쟁은 더욱 심했다. 무엇보다 수비진의 경쟁이 뜨거웠다.
정 감독은 23명의 소집훈련 선수 가운데 10명을 수비수에 할당했다.
U-20 월드컵 무대에서는 한국이 약체로 속할 수밖에 없는 만큼 탄탄한 수비진 구성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두 차례 실전 평가전까지 치른 정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토론 끝에 21명의 최종명단을 확정했다.
국내 훈련에 함께하지 못한 해외파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김정민(리퍼링), 정우영(뮌헨) 3명이 최종명단에 합류했고, 그만큼 국내파 선수들이 최종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최종소집에 나섰던 선수 가운데 탈락한 5명은 김태현(울산), 박규현(울산현대고), 박호영(부산), 이규혁(제주), 이동률(제주)이다. 공격수인 이동률을 빼면 나머지 4명은 모두 수비수다.
소집훈련에 나섰던 국내파 수비수 1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명이 탈락했다. 정 감독이 수비진 구성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흔적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정 감독이 그동안 수비진 구성에 특별히 공을 많이 들였다"라며 "결국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선수들도 대부분 수비수로 쏠렸다"라고 귀띔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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